매일신문

'정치자금법'후퇴할 수 없는 이유

중앙선관위가 밝힌 17대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은 그야말로 명(明)과 암(暗)이다. 출처 불명, 투명인간들의 고액 기부(120만원 이상)가 숱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실망시키는 것이고, 수천명의 '개미'들로부터 천 원, 만 원씩을 모은 '소액 다수 후원 방식'의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의 소식이다.

17대 국회 첫 해에 6천500명의 후원자에서 9천200만 원의 실적을 올린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의 사례는 "돈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앓는 소리부터 해대는 '게으른'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이다. 그는 '한 가정 한 달 1천 원'을 주민들에게 호소, 1천 원짜리 자동이체 후원에 성공했다. 여기다 의원 세비'정책 연구비 등을 합치면 결코 적은 수입이 아니다. '베짱이'같은 국회의원들은 '후원회 행사'부활하라, 법인'단체 기부금 허용하라고 웅성대기 전에 '티끌 모아 태산'의 개발에 부심하기 바란다. 그것이 자신의 지지층을 넓히고 동시에 정치 자금 투명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다.

아울러, 개혁 정치자금법의 맹점을 이용한 냄새나는 후원금, 익명의 고액 기부가 정치 풍토를 여전히 어지럽히고 있음을 개탄한다. 수백만, 수천만 원을 기부한 익명자, 주부 또는 회사원이라고 부실 기재한 고액 기부자들의 상당수가 부인 명의를 빌린 대기업 간부, 각종 협회장, 중견 기업 사장들이었다고 한다.

또한 한나라당 일색인 대구'경북의 여'야 정당 수입이 열린우리당은 15억, 한나라는 7억 원으로 거꾸로인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표심(票心)과 '돈심'이 다르고, 불법의 익명 기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직도 기업들이, 우리들의 의식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말하는 것 아닐까? 정치자금법이 조금만 느슨해지면 '투명화 작업'이 일순에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한 기부금 내역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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