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역활 못하는 학교운영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3월 말은 각급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느라 분주한 시기다. 특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올해의 경우는 선거인단인 운영위원 선출 열기가 한층 더 뜨겁다.

올해로 설치'운영된 지 10년째를 맞는 학교운영위원회. 공급자 중심의 교육 제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됐지만 교육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교장의 학교 장악을 위한 '거수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 실태와 개선점을 모색해 본다.

▲엉망진창인 위원 구성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과 교사위원, 지역위원 등의 3주체로 구성된다. 하지만 위원 선출 과정에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곳이 적잖아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을 하락시키고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학부모위원 선출은 직접선거를 통해 뽑도록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많지 않다. 문혜선 참교육 학부모회 대구지부장은 "학부모위원 후보 등록을 하려고 학교를 찾아가 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구비서류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며 "교장과 교사들이 임의로 40~50명의 학부모위원을 선정하고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수로 의결하는 식으로 선출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학부모위원조차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과 함께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교감이 교사위원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교조 대구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386명의 교감 중 절반이 넘는 195명이 교사위원으로 등록돼 있었으며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86%가 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학부모위원과 교사위원의 추천을 받아 임명되는 900여 명의 대구지역 초'중'고교 지역위원 중에는 교육청 장학사와 교육공무원이 100명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심지어는 급식공급업자, 인쇄업자, 체육복 업자 등 학교 업무와 관련해 이권을 챙기려는 자들까지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태 못 벗어나

구성에서부터 어긋나다 보니 제 역할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획일적으로 통제되는 관료주의 교육 행정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시키는 기구로 마련됐지만 과거 교장이 학교 운영의 전권을 휘두르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

현재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은 초'중등 교육법에 명시돼 학교 운영과 관련된 상당 부분을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실질적인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여행지 결정이나 보충수업 실시, 야간자율학습 실시, 부식공급 업체 선정 등 많은 사안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소관이지만 일년에 3, 4일 가량 열리는 회의를 통해서는 많은 안건을 내실있게 처리하기가 힘든 것.

박신호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아이를 맡겨 놓은 학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교감이나 교육청 관계자, 이권이 걸린 업자 등이 교장의 입장에 맞설 리가 있느냐"며 "일부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등에 업은 교장의 권위가 과거보다 강화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계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 관련 법규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부모위원의 선출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교육 행정 공무원들의 지역위원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 또 성의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을 위해 연간 회의 개최 기본 횟수를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 학부모들의 자연스러운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는 한편 교사회의 법제화와 학생대표의 운영위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태익 대구시 교육청 학교운영지원담당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자율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교육청이 관여하기 어렵다"며 "교육 공무원의 참여 문제는 법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는데다 학부모위원과 교사위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