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가 깔리고 연못이 있는 언덕위 그림 같은 하얀집'. 누구나 꿈꾸는 전원주택의 모습이다.
그러나 전원주택을 무조건 크고 호화롭게 지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그림의 떡'만은 아니다. 스틸하우스의 등장으로 이 같은 꿈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환경주택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틸 하우스는 우선 공사비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시멘트 작업 등 물이 있어야 건축이 가능한 일반 주택에 비해 건식공법을 채택, 겨울에도 집을 지울 수 있다. 빠르면 기초공사부터 한달 만에 입주가 가능하다.
또 육중한 콘크리트나 벽돌집에 비해 가볍지만 균열 등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더구나 기둥, 보 벽체 등이 맞물린 구조여서 태풍, 지진 등 천재지변에도 강하다. 통풍이 잘돼 장마철 곰팡이나 습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감재가 두꺼워 단열 효과도 뛰어나다.
청도 이서면 흥선리의 한 연못가에 자리잡은 백영민씨의 집은 이 같은 스틸하우스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금속기와로 지붕을 만들었고 기둥과 보, 벽체 역시 스틸이다.
특히 통풍기능이 뛰어나 한마디로 살아 숨쉬는 집이다. 실제 집안에서 담배를 태워도 연기가 금새 사라진다. 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그 흔한 선풍기나 난방기구도 눈에 띠지 않는다.
주인은 이 같은 장점을 모두 갖추고도 공사비나 기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흐뭇해 한다. 그렇다고 전원주택이 가지는 낭만과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아서 탈이다.
우선 입지부터가 남다르다. 동쪽으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같은 연못이 자리한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탱글탱글 물오른 붕어를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한폭의 풍경화다. 남쪽의 너른 들녘에 복숭아밭과 농장이 북쪽과 서쪽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대지를 감싸고 있다. 흡사 어머니가 아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은 지 1년이 채 안되는 새집. 흰색과 쵸콜릿 색깔로 내.외부를 마감, 초코 아이스크림처럼 산뜻하고 맛있게 생겼다. 집주위를 빙 돌아 나무 테크를 설치했다. 마당에는 잡초같은 키 큰 잔디를 심어 야산으로 착각할 정도다.
거실은 2층 높이까지 오픈시키고 창을 크게 내었다. 높이만 자그만치 6m. 마치 거대한 홀을 연상케 한다. 바닥은 시골 대청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 형태의 타일로 마감했다. 긁힘이 없고 변하지 않는단다.
연못이 내려다 보이는 동쪽으로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전명창을 만들어 못 풍경을 그대로 끌어 들였다. 복사꽃이 흐트러지게 필 때 이 창에 서면 너른 들녘이 들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천지에 꽃비가 내린단다.
집안에는 또 다른 집이 있다. 재미와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다. 동(銅)을 재료로 지붕을 만들었고 그 밑 공간은 거실과 이어진다. 세월에 따라 무지개색에서 흙색으로 다양하게 변해 질리지 않는 동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거실 한 귀퉁이에는 작은 바(bar)를 마련했고 부엌에서도 창문마련, 설거지를 하면서도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부엌위 짜투리 공간에 마련한 2층서재에서도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조명에 신경을 썼다. 천정에는 100여개의 조명등이 은하수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벽사이에도 분위기를 돋구는 간접조명등을 설치했다. 스위치만 30개 한곳에 모아서 불편함을 줄였다. 켜면 조명이지만 끄면 인테리어다.
전원주택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누구나 멋진 전원주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집이다.
사진. 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평
스틸하우스에 대한 오해는 철재 기둥이 밖으로 보이고 팍팍하고 하이테크한 이미지가 강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주택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는 스틸하우스를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조립주택이나 창고 등으로 연상하는데 이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스틸로 된 부분은 벽체와 지붕골조 등이 철이라는 이야기며 벽체 등은 석고보드, 합판, 방습지, 압축스티로폼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벽체는 높은 열효율 때문에 겨울이 길고 추운 북미나 캐나다, 북유럽에서, 그리고 여름에는 습도가 놓아 한층 무더운 일본, 호주 등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구조부자재가 가벼워 지반이 약한 전원주택에 적합한 듯하다.
스틸하우스는 설계변경이 간단하고 이동 가능하며 사용자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스틸하우스로 전원주택의 입지를 정할 때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왕 집을 지으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지어야 한다.
백연민씨는 우리조상들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지었던 정자(亭子)나, 누각(樓閣)을 연상할 정도로 동쪽에 아름다운 연못을 갖고 있다. 그가 전원에 나와 사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낚시를 좋아해서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소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바라보는 언덕위의 하얀집. 이곳이야말로 도시사람들이 가장 동경하는 전원풍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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