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와 미녀

미끈한 보디라인 서로 잘 어울려

왜 둘은 한 세트로 나올까. 비싼 자동차 옆에는 늘 여인이 있다. 파격적인 의상, 야릇한 웃음에 뇌쇄적인 포즈…. 금방이라도 '아낌없이 주겠다'는 자세다.

저돌적인 그 머신에 팔등신 미녀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자동차와 미녀는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필자는 몇 차례 모터쇼에 간 적 있다. 자동차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기계 중 하나다. 미끈한 보디라인에 유려한 크기의 연료통, 굵직한 배기통에 힘이 넘치는 바퀴와 알루미늄 휠, 반짝이는 표면, 매끈한 촉감…그 아름다운 몸체를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모터쇼에 가면 또 하나 어찔어찔한 것이 있다. 바로 레이싱 걸이라는 이름의 미녀들이다. 한번은 미녀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밀려드는 행복감(?)에 그 비싼 모터사이클을 대책 없이 살 뻔했다. 상술이겠지만, 그 차를 사면 미녀까지 따라올 것 같은 착각은 누구나 다 가지는 것이다.

서울 모터쇼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공수된 자동차가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동차와 함께 화제를 모으는 것이 레이싱 걸이다. 인터넷에는 자동차와 함께 미녀들의 사진들로 넘쳐난다.

왜 미녀와 자동차일까. 자동차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그럼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은? 바로 팔등신 미녀들이다. 모터쇼는 인간과 신이 만든 아름다운 피조물의 경연장인 셈이다.

자동차는 에로틱하다. 사실 야한 것만큼 건강한 것도 없다. 힘이 넘치는 DOHC 강력 엔진은 미녀의 에로틱과 잘 어울리는 소재다.

옆이 터진 검은 치마를 입고 야릇한 눈빛을 던지는 여인이 섬세하게 보닛을 어루만지는 모습은 자동차 광고의 전형이다. 간혹 차 위에 올라타는 바람에 묘하게 성행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BMW 광고 사진은 더욱 외설적이고 직설적이다. 여인이 남자의 얼굴에 자동차 사진을 펼쳐놓고 섹스하고 있다. 절정의 환희를 만끽하는 여인의 모습이 상당히 외설적인 코드다. 이 광고로 보면 BMW를 사면 힘이 넘치고, 미녀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나?

자동차 광고의 기본은 여인의 이미지와 동일시시키는 것이다. 스포츠카는 열정적인 캐리어우먼을, 세단은 품위와 부드러움을 감추고 있는 여인, 경차는 청바지차림의 깜찍함 아가씨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영화 '크래쉬'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자동차에 인간을 완전히 함몰시키고 있다. 엔진은 심장이고, 윤활유는 피, 피부는 보닛이다. 부러진 다리에 자동차의 부속같은 쇠막대를 장착한 모습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특히 에로틱의 비유는 충격적이다. 자동차에 몸을 비비며 성적 흥분을 느끼는 여주인공의 모습과 자동차 충돌을 오르가즘에 비유하는 것은 극치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가진 가공할 영향을 인간성 상실로 그리고 있다.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동차 충돌의 강도처럼, 흥분을 쫓아 변태적인 성행위로 치닫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에로영화전문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