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구조변경 단속 '눈가리고 아웅'

지난달 말 달서구 도원동 모 아파트 입주 현장의 60평 아파트. 건물 불법구조변경 단속을 나온 구청 직원과 입주자 간에 고성이 오갔다.

단속반은 출입문부터 거실과 방 등 불법으로 구조를 바꾼 곳 3곳을 적발, 시정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입주자는 "남들도 다 하는 데 왜 그러느냐? 고칠 테니 빨리 나가라"며 단속반의 등을 떠밀었다.

▲공공연한 불법 구조변경=같은 아파트의 또 다른 60평짜리 아파트는 아예 인테리어 업자의 견본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승강기와 출입문 사이에 울타리 문을 설치, 2, 3평짜리 여유공간을 만들어 정원으로 꾸미고 내부 거실과 작은 방도 넓혔다. 업자는 "3천만~4천만 원만 들이면 방 확장뿐 아니라 옥돌, 대리석 등 고급자재로 실내를 꾸밀 수 있고 아무 문제도 없다"며 방문객에게 설명했다.

지난해 말 입주한 북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는 수십 가구가 한꺼번에 불법구조변경 및 인테리어 공사를 해 각종 건축폐기물로 홍역을 치렀다. 전체 800여 가구 중 90여 가구가 입주와 동시에 밤낮없이 구조변경 공사를 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먼지와 소음에 시달리고 통행과 주차 불편을 겪었다.

새 아파트의 불법구조변경 행위가 극성이다. 발코니 확장, 이중출입문 설치, 고급 인테리어 교체 등 아파트 불법구조변경이 단속을 비웃으며 대구시내 신축 아파트마다 성행하고 있다. 멀쩡한 내장재를 뜯어내 사회적 손실도 엄청나다. 바닥을 옥돌로 바꾸는 등 1억 원 이상을 들여 불법 구조변경을 하는 집도 있었다.

▲실효성 없는 단속?=총 910가구 중 300여 가구가 입주한 달서구 도원동 모 아파트의 경우 입주한 아파트 10가구 중 1, 2가구 꼴로 불법구조변경을 하는 것으로 구청은 파악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세대는 없다. 원상복구 사례도 거의 없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구청 관련서류에는 '시정'이라고 표시된 가구 중 상당수가 전혀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사용승인 후 강제집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단속의 형평성 문제, 현장 단속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효성 있는 단속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보니 아파트별 입주시기에 맞춰 불법구조 변경금지에 관한 안내문을 게시판에 붙이고 안내방송을 하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

ㄹ건설 현장소장은 "아파트는 공동주택임에도 개별 입주자들은 사유공간으로 생각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편리한 대로 불법개조한다"며 "현재로선 단속도 소용없고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뒤늦게 단속권한을 강화하거나 일부 불법구조변경을 양성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구청은 2개월 전 발코니 불법 확장과 관련, 사업주체인 시공자가 의무적으로 발코니창을 설치토록 건축법 규정을 개정해 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이 겨울철 한해에 약한 화초, 수목류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으로 발코니창을 확장한다는 판단 때문.

북구청 건축주택과 이병용 과장은 "해마다 신축아파트 현장에 거실 및 방확장 등 불법구조 변경사례가 유행처럼 번지지만 현실성 있는 대책이 없다"며 "단속권한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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