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장님 전상서

오월이 시작되는 첫날, 이른 아침에 모처럼 자네와 함께한 산행은 좋았네. 녹음이 짙어오는 숲, 만물이 소생의 기쁨에 용약하는 싱그러움도 좋았지만, 운동부족으로 뿔룩한 배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비탈을 오르는 자네의 뒷모습이 더 흐뭇하였다네.

자네는 아는가? 청년 시절 비닐하우스에 기거하면서까지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장년에 이르러서야 조그마한 공장 하나 시작해 매월 말이면 직원들에게 봉급을 제대로 못 줄까봐 속은 숯검정이 되었지만 근 십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제때 봉급을 지급한 당신을/ 일 년에 절반 이상의 날들을 경향 각지로 영업하러 수금하러 몸소 뛰는 것도 모자라 이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그 짧은 영어로 지구를 몇 바퀴씩이나 도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는 당신을/ 가끔 어울려 소주라도 한 잔 할 때면 명색이 사장이라고 가장 먼저 지갑을 열고, 얼큰해지면 나 혼자 잘살려고 이 고생하는 건 아니라며 꼭 성공하여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하겠다고 호기를 부리는 당신을/ 구멍가게 같은 조그만 공장을 꾸려나가는데도 웬 규제는 그리 많은지, 알아서 챙겨야 할 것은 또 얼마나 많은지 만물박사라도 안 되겠다고 투덜대면서도 한 번도 굴하지 않고 헤쳐온 당신을.

무엇보다 불혹의 나이에 축복받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공주의 애절한 간청에도 하루 진득하게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빵점짜리 아빠. 이런 게 내 사랑하는 친구, 자네의 모습일세. 이런 모습이 비단 자네만의 모습이겠는가. 내 가족을,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부양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부(富)의 근원을 창출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장(長), 대다수 사장님들의 일상이라 믿네.

외롭고 힘든 길을 걷는 이 땅의 사장님들! 힘들다고 가장(家長)이 가족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기업하기 어렵다고, 질시와 사시(斜視)가 거슬린다고, 수없이 많은 기념일 중에 유독 '사장의 날'만이 없다고 사장(社長)이 이 사회를,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저 가정들을 버리겠습니까? 처음과 같이 항상 용맹정진하소서.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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