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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해인사 음악회에 다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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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대부분이 맞았다.

오히려 감동은 예기치 못한 사람, 장소에서 소리없이 찾아 왔었다.

수년 전 병산서원에 답사를 갈 때였다.

저녁 무렵 언덕에 들어서자 버스 안 라디오에서 가곡 '향수'가 흘러나왔다.

모두 노래를 흥얼거렸고 버스가 언덕에 올라서는 순간 눈앞에는 황혼의 넓은 들에,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펼쳐졌다.

버스 안은 감탄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얼마 전부터 산사음악회가 유행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절에서의 음악회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처음의 신선함은 없어지고 고만고만한 음악회로 기억되고 있다.

대중 가수를 불러 아는 노래를 부르는 진행은 해당 사찰의 정신을 전달하지는 못했었다.

지난 토요일 해인사에서는 1천200년 만에 처음 열린다는 '화엄 만다라' 음악회가 열렸다.

해인사라고 달리 특색을 나타낼 것 같지는 않았지만 임동창씨가 30분의 음악회를 준비하기 위해 4년 전부터 해인사에 머물렀고, 가장 보수적인 해인사가 자유분방한 임동창에게 진행을 전부 맡겼다는 것이 내 발길을 잡았다.

음악회 규모야 어느 절과 다름없었지만 진행은 아주 당당하였다.

음악회에 앞선 전통적인 불교 예불 의식은 이교도인 내가 보기에도 색다른 웅장하고 엄숙함이 있었고, 음악회는 일반적인 대중 가수들의 노래가 아니라 임동창의 실험적인 연주와 판소리 등 여느 산사 음악회와 달랐다.

해인사가 과거의 전통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전통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신을 음악회를 통해 전달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건 여태까지 몰랐던 해인사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가야산 여러 곳 암자로 음악회의 여운을 나누고자 사람들이 흩어졌다.

나 또한 안개에 묻힌 구불암에서 다음날 아침 예불을 포기한 스님들과 노래부르고 얘기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로움을 접한 감동으로 쉬 잠을 이루지는 못했다

소문난 잔치에도 먹을 것은 있었다.

임재양(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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