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겨울 송당리엔 숨비소리 묻어난다

바람 불지 않아도 중산간 마을 한 녘

빈 텃밭 대숲만으로 자맥질 하는 섬이 있다

대한에 집 나간 사람 찾지도 말라했다

누가 내 안에서 그리움을 굴리는가

마취된 겨울 산에서 빼어낸 담낭결석

눈 딱 감고 하늘 한번 용서할 수 있을까

정월 열사흘 날, 본향당 당굿마당

4·3땅 다시 와 본다, 쌀점 치고 가는 눈발

그렇게 가는 거다, 신의 명을 받아들면

징 하나 오름 하나 휘모리장단 하나

남도 끝, 세를 든 세상, 경단처럼 밀고 간다

오승철 '송당 쇠똥구리'

깊은 봄에 제주를 배경으로 한 겨울노래를 펼쳐 본다.

송당리는 북제주군 구좌읍의 한 마을 이름이다.

멸종위기의 쇠똥구리는 이 마을의 인근 오름 몇 군데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송당은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동검은이오름 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 4·3사건 때 해안마을로 소개를 당한 사람들은 빈 텃밭에 대숲만 남기고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런 모진 아픔이 짙게 밴 작품이다.

역사와 이념이 무엇이기에 행복해야 할 민초들이 갖은 고초 끝에 자취 한 점 없이 스러져간 것일까? 이 땅에서 이젠 더 이상 그러한 불행이 되풀이 되어서는 아니 되리라.

이정환(시조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차 가해를 비판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장 의원은 성추행 ...
정부는 새해부터 증권거래세율을 일제히 인상하고 대주주의 감액배당에 과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경북 포항에 건립될 '글로벌...
우리은행 노조가 매년 약 200명의 노조원에게 동남아 관광 혜택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비노조원이 포함된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