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있다. 공부하기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여름은 모든 수험생에게 위기와 기회의 시기이다. 누구나 견디기 어려운 고비지만 입시에서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을 이기는 자가 최후에 웃는다'라는 입시 격언이 있을 정도다. 지금부터 기말시험 때까지 공부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여름방학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있다. 더위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할 일을 자꾸 미루게 되면 나중에 다시 책을 손에 잡기가 힘들다. 고3 담당 교사들과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절기 위기 극복 방안을 정리해 본다.
수험생들은 숨이 가쁘다. 학교든 가정이든 '쉬지 말고 공부해라', '잠을 줄여라',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보라' 등의 말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수험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신감 상실과 무력감이다. 수험생활을 시작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기대만큼의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럴 때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공부가 될 리 없다. 주변에서는 이런 수험생을 마구 몰아붙일 게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좌절감을 딛고 일어서도록 도와줘야 한다. 수험생 자신도 혼자 끙끙 앓기만 할 게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 놓고 조언과 충고를 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취약단원 적어보기
수업이나 자습 시간에 집중이 잘 안되고 학습 의욕도 줄어든다면 스스로 혹은 남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은 수험생 자신이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언어 영역부터 시작해 전 영역의 교과서를 내놓고 지금까지 배운 내용 중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 단원이나 몇 차례 모의고사를 통해 반복해서 틀리는 단원을 먼저 노트에 적어 본다. 그런 다음 왜 이해가 안 되고 거듭해서 틀리는지 따져 본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단원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단원을 분류한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단기적인 학습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한다.
혼자 해결하기가 어려운 단원은 교과 담당 선생님과 상담해 구체적인 보충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특정 과목 전체가 약하다면 수업 시간 중에 배우는 내용을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세세한 보충은 방학 때로 미뤄도 무방하다. 이처럼 취약 단원을 점검하는 자체가 학습 의욕을 되살리는 과정이 된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깨달으면 이를 보충하려는 마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 학습태도 돌아보기
자신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외나 학원 수강을 많이 받는 학생들은 만성피로와 의욕상실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공부에 바치는 시간에 비해 가시적인 성적 향상이 별로 없어 의기소침해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과목이든지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첫 단계에서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점수와 연결되는 문제풀이 능력이나 응용력 등은 스스로 길러야 한다.
토'일요일에 학원 수강과 과외를 많이 받는 학생은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한 뒤 불필요한 부분을 대폭 줄이는 것이 낫다. 어느 과목이든지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을 투자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원에서 일러주는 요점 정리 위주의 학습이나 문제 풀이 중심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평소 모의고사 성적은 좋은데 실제 수능시험 점수가 좋지 않은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가 기본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가 약할 경우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모의고사 점수는 어느 정도 올릴 수 있지만 새로운 경향과 생소한 문제가 곳곳에 등장하는 수능시험에서는 취약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에 몰두하면서 오래 생각하는 학습 태도를 가져야 수능시험에서 제대로 승부를 할 수 있다.
▶ 생활습관 점검하기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낮에 조는 학생들은 대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 수업 시간에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2학기에도 여전히 기초가 약한 상태로 머물기 쉽다. 게다가 야행성 습관은 만성 피로로 발전하기 쉽고 결국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일찍 잠이 들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피로 회복이 훨씬 빠르다.
평소보다 잠이 많이 오거나 수업'자습 시간에 긴장할 수 없을 때는 정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계절적 요인과 피로가 주된 원인이지만 운동 부족으로 인한 무기력증도 흔하기 때문에 맨손체조라도 아침저녁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공부를 할 때는 집중해서 하고 쉴 때 푹 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자기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방안을 찾아 잘 놀 수 있으면 활기를 되찾기도 그만큼 쉽다.
▶ 운동하고 휴식하기
아직도 수험생은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또 그렇게 강요한다. 그런 사람은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잘 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공부를 했는데 놀고 쉬었던 학생보다 성적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일주일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공부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너무 지쳐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다면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주말에 산이나 바다로 짧은 여행을 하게 해보자.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부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형편없다.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에 사고도 편협하고 융통성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위기관리 능력도 없다.
휴식과 함께 적절한 육체적 활동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처방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모의고사와 같은 시험을 치를 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여드는 증세를 특히 심하게 느끼는 학생은 그 원인이 운동 부족인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도 최종 승부는 마지막 한두 달이다. 이때 체력은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사들 역시 한 고3 담당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마다 이 시기는 절반의 수험생이 입시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시점입니다.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학생은 그럭저럭 참고 견디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이라고 해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담임선생님의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담임 교사는 학생과 함께 생활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만성피로의 증세가 있으면 주중에 하루 정도는 일찍 집에 가서 푹 쉬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