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회의와 행사가 많은 시즌이다. 한데, 지난 한 주간 참석한 행사 중 두 가지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옆 인도에서 봉급생활자들이 주먹밥을 먹으며 작은 콘서트를 가진 것이다. 주먹밥을 팔아 모은 돈으로 결식 아동을 돕는 문화와 나눔이 결합된 프로그램이었다.
또 한번은 재무설계사(FP:Financial Planner)들의 1년간 성과를 기리는 축하공연장에서 한 미숙아 가족이 보내온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임신 8개월에 1kg 미만으로 출생한 수혁이는 미완의 폐 성장촉진 등을 위하여 수많은 주사와 치료를 받았다. 그 치료과정에서 수혁이를 포기할 생각이 들 때, 좌절하지 않도록 북돋아 주고,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낙담할 때 치료비를 부담해준 데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그 힘들다는 보험 영업으로 번 돈을 쾌척한 것도 귀한 것이지만, 영업에 지친 몸을 딛고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자원 봉사한 그 정성과 마음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두 가지 모두 영리단체인 기업이 주선한 행사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내용과 범위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터여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지는 일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입니다. 수재의연금이다, 공익기금 출연이다 등등 울며 겨자 먹기로 안할 수도 없고, 자본주의 하자는 건지 사회주의로 가자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가계, 정부와 함께 기업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공동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또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는 기업이 재무적인 성과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습니다. 내가 경영하는 기업이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는 오래 못 가지요."
신문지상이나 공중파 방송의 토론은 물론,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두 가지 대립되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반기업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기획특집을 준비하기 위하여 마련된 어느 언론사 회의실에서 경제단체 간부와 시민단체 임원 간에 긴 설전이 이어졌다. 평행선을 긋는 주장들이었다. 평행선의 끝은 없는 것일까?
기업이 영리단체로서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주고 이를 위하여 많은 이익을 내고자 하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한두 달이나 일이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의 긴 기간 동안 이익을 내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첫째, 적정 이상의 초과이익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무적으로만 보면, 고객에게 적정 이상의 높은 가격을 부과하거나, 임직원과 납품업체에게는 적정보상액 이하로 지급함으로써 초과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업은 고객, 임직원, 납품업체를 잃게 되어 생존조차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기업활동은 기계작동과는 달리 생물체의 일상생활과 같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 재무적 이익을 내기 위해선 고객이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구매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기대를 늘 만족시키도록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전달하도록 업무활동이 충분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업무활동은 임직원들의 직무활동에서 비롯된다. 즉, 임직원들 개개인이 사명감을 가지고 늘 역량을 개발하고 신바람이 나지 않고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활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좇을 것이 아니라, 고객과 일, 그리고 사람을 제대로 좇아가게 되면 재무적 성과는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로버트 카플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균형 성과지표론도 사람, 일, 고객 및 재무적 성과를 균형되게 관리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이 시작이요, 중심인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어 영리단체로서 생존하려면 임직원들이 그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아가는데 그치지 않고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야 한다.
주먹밥 콘서트에서 따뜻한 국과 밥을 사먹으며 결식아동을 돕는다는 보람을 느낄 때, 이 사원은 어쩌면 봉급날보다 더 뿌듯해졌을지 모른다. 신이 나서 일을 더 잘하고 이것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져 회사의 재무적 성과가 개선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두 가지 대립되는 시각도 주먹밥 콘서트나 미숙아 돕기에서 만나 사이 좋게 지낼 것을 기대해 본다. 제2, 제3의 수혁이 엄마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
교보증권 사장 최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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