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57조6천300억 원의 매출에 12조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달 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LG전자도 24조6천600억 원의 매출에 1조2천49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126억 달러(2004년 8월 뉴스위크/Interbrand 발표)로 전년대비 15.7%나 올라 세계 2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매출은 국가총생산의 17%를 차지하고 있고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2%,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LG전자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이끄는 CEO는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삼성)과 김쌍수(金雙秀) 부회장(LG)이다.
두 전문경영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급 CEO다.
윤 부회장은 97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한 이래 8년째 장수하면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켰고 김 부회장은 200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LG전자를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윤 부회장 체제 아래 주가상승률이 연평균 35.5%를 기록했고 주가총액에서도 소니(Sony)를 앞질렀다.
윤 부회장은 올초에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최고경영자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 3월 미국의 투자잡지인 배런스가 뽑은 세계 30대 CEO에 선정됐고 지난해 포춘지(Fortune)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25인에도 올랐다.
윤 부회장은 5위에 올랐고 김 부회장은 14위에 올랐다.
김 부회장 역시 LG의 대표적인 브랜드CEO로 각광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호도 CEO에 따라 달라질 정도로 CEO의 브랜드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LG전자를 '차세대 리더'로 평가하면서 김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글로벌 비즈니스현황과 경영혁신사례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김 부회장 취임 이후 LG전자는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기 전인 2002년에도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최고의 CEO로 선정됐다.
이 잡지는 LG전자가 세계 6대 백색가전업체로 부상하는 데 김 부회장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44년생인 윤 부회장은 경북 영천이 고향이고, 45년생인 김 부회장은 김천에서 태어났다.
이공계출신이라는 사실도 닮은꼴이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김 부회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이공계가 주도하는 '지식경제형' 비즈니스 리더라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의 방향타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자업계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리더십은 전혀 딴판이다.
국제무대에서 삼성전자가 몇 발 앞서 있지만 국내가전분야에서만큼은 삼성과 LG가 맞수라는 점에서 경북출신의 두 CEO의 리더십은 연구해볼 만하다.
지난해 국내가전매출집계결과 매출액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서지만 시장점유율에서는 LG전자가 앞선 것으로 추정됐다.
즉 판매량에서는 LG전자가 앞섰지만 삼성전자는 고급품 판매를 통해 판매액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에는 대구·경북출신 인재들이 적잖다.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우 부회장도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삼성SDI 김순택 사장도 경북고와 경북대를 졸업했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창녕이 고향이지만 대구고를 나왔다.
이종왕 법무실장(사장)도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이 실장은 99년 검찰을 떠나 김&장의 대표변호사로 있다가 지난해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종용 부회장
삼성그룹 내에서 윤 부회장의 위상은 어디쯤일까.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에 이은 부동의 3위자리라는 것이 삼성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부회장의 위상은 삼성CEO의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가 맡고 있는 중요한 대외직함만 7, 8개나 되고 초청연사로도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서울대 황우석 박사와 성악가 조수미씨 등과 함께 '국가이미지 홍보대사'로도 위촉돼 IT강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 대중소기업 협력재단 이사장 등도 맡고 있다.
외부강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의 강연요청도 받아들여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7일에는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漁臺)에서 열린 '포춘글로벌포럼 2005' 행사에 참석, "21세기 경제는 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가 산업과 경제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기술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전자업계의 분발을 촉구한 것이다.
기술혁신은 '초밥론'과 통한다.
"초밥이든 휴대전화든 모든 부패하기 쉬운 것은 속도가 생명이다"는 그의 스피드경영은 위기론과도 연결된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지금은 초일류로 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추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잘되는 사업도 5년,10년 후에는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98년 삼성전자는 1천7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0조 원 이상의 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CEO자리에 오르기 전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부문을 맡은 적이 없다.
가전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점에서는 LG전자 김 부회장과 비슷한 역정인 셈이다.
그는 사업성이 떨어진 가전분야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120개 넘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분사하고 매각했다.
버릴 것을 버리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게 된 것이다.
그의 리더십을 잘 표현하는 일화가 삼성주변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수년 전 삼성전자의 연말 사장단 전략기획회의를 겸한 송년회식 자리에서 차세대 수종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각 부문별 CEO가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의견통일이 잘 되질 않고 분위기가 딱딱해지자 그는 갑자기 폭탄주를 만들어 "한잔씩 하면서 밤새도록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분위기는 바뀌었고 각 사업의 장단점들이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었다.
그의 리더십은 각 부문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조정자 역할이다.
윤 부회장의 아들인 윤태영씨가 탤런트라는 점도 특별하다.
▶▶김쌍수 부회장
김 부회장은 '백색가전' 외길을 걸어왔다.
김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69년 LG그룹에 입사, CEO자리에 오를 때까지 현장에서만 근무했고 가전부문에서만 일해왔다.
그래서 그의 경력에는 유명대학교의 고위정책과정 등 수료 이력이 전혀 없다
그는 지난 2001년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부사장에서 뛰어난 경영실적을 보여,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인 2002년 인사에서 부회장자리에 올랐다.
이어 2003년 LG전선그룹이 LG에서 분리되면서 구자홍 회장이 나가자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CEO 취임 이후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TDR(기존 모든 프로세스를 완전히 찢고 새롭게 다시 설계하자는 의미의 프로그램)과 6시그마운동 등의 조직혁신운동을 전면도입, LG전자를 역동적인 조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들이 삼성이 아니라 LG전자를 경계해야 한다며 LG전자의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의 화두는 '혁신'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출범 이후의 사회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는 "임원들은 움직이는 LG브랜드"라면서 "임원들이 변화의 조류를 파악하는 동시에 창의적 사고로 비전을 제시하는 혁신리더가 돼야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사실 LG임원들의 브랜드가치를 높인 것이 그 자신이다.
가전분야에서 그의 아이디어는 빛을 발했다.
중동지역방문을 통해 무슬림의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메카폰)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렸고 인도를 방문해서는 인도사람들이 채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을 알고 냉동실 크기를 줄인 냉장고를 개발, 인기를 끌었다.
그는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100PPM과 6시그마를 도입, 생산현장의 혁신을 성공시켰다.
김 부회장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카리스마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과 'Right People형 인재론'은 역시 삼성 윤 부회장의 초일류와 맞닿아 있다.
1등 LG 달성을 위해서는 독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라이트피플은 "독하고 실행력이 강하며 전문역량을 갖춘 '강한 인재'"다.
스스로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우리시대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러한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열정과 실행력을 가지고 변화를 즐기면서 그 변화를 이끌어가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LG전자를 세계 전자통신업계 톱3의 위치에 올려놓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 왼쪽부터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과 LG전자 김쌍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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