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문학,'문인들이 남긴 유언' 특집

죽음이 이미 내재화된 삶을 총체적으로 탐구하는 작가들은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유언과 종시(終詩)를 남겼을까. 어떤 마지막 한마디로 생의 작업을 마무리했을까.

우리는 이를 통해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내면 풍경과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인식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21세기 문학' 여름호(통권 29호)가 '내 문학의 마지막 외침-문인들이 남긴 유언으로 읽는 인생론'을 특집으로 꾸몄다.

한국 현대문학사가 낳은 걸출한 작가 김유정은 1937년 3월 29세의 나이로 절명하면서 친구에게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는 마지막 말이 담긴 편지를 남겼다.

그가 세상을 뜬 지 20여 일쯤 뒤에는 천재 시인 이상이 '아, 수박이 먹고 싶소'란 말을 남기고 2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국땅인 일본 도쿄대학 부속 병실에서다.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사흘 동안 폭음하고 귀가해서는 '생명수를 다오'라고 외치며 죽어갔다.

'생명수'는 당시 많이 애용하던 소화제의 상표이기도 했다.

31세로 생을 마감한 수필가 전혜린은 죽기 이틀 전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라는 편지를 남겼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사한 고정희 시인은 '이슬처럼 단숨에 사라져 푸른 강물에 섞였으면 한다'라는 예언 같은 시를 남겼다.

삶과 문학이 다 불우했던 서정시인 박정만은 1988년 10월 죽음을 맞으며 '아,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로'란 종시를 남기고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서른도 채우지 못하고 요절한 시인 기형도는 마지막 작품이자 유언이 되고만 시 '빈집'에서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라고 노래했다.

한편 25세로 요절한 영국의 천재시인 존 키이츠는 '결코 놀라지 말라. 아, 반갑다.

죽음이 드디어 왔노라'고 했고, 독일 문호 괴테는 '덧문을 열어라. 빛을…, 좀 더 빛을…'이라고 유언했다.

프랑스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는 '아아, 죽음, 죽음', 푸슈킨은 '생명은 마지막이야. 숨쉬는 게 괴롭다.

뭔가가 나를 부수고 있어', 앙드레 지드는 '불멸의 영혼이여, 만세'라는 유언을 남겼다.

직관과 예지가 발달한 작가들은 대기에 떠도는 죽음의 방향(芳香)을 미리 감지한다.

그들의 죽음에 관한 선험적이거나 경험적인 진실은 우리에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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