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병의 언어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전방부대의 사병이 경계근무 초소를 이탈,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소대장 등 동료 장병 8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당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번 참사는 90년대 이후 군 부대 총기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대 관련자뿐 아니라 상급부대까지 지휘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이 엄중 문책될 것으로 보이며,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도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발생=19일 오전 2시 30분께 경기도 연천군 중면 ○○사단 예하 최전방GP 내무반에서 평소 선임병의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이 부대 김모(22) 일병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에 따르면 평소 선임병으로부터 언어폭력 등 괴롭힘을 당해온 김 일병은 이날 새벽 2시 30분께 함께 근무하던 이모 상병에게 "교대 근무자를 깨우겠다"고 말한 뒤 자신의 K-2 소총을 초소에 두고 25명이 자는 내무반으로 내려갔다.
내무반으로 들어간 김 일병은 자신을 괴롭힌 선임병의 자는 얼굴을 보는 순간 범행을 결심하고 관물대에 있던 전모 상병의 K-1 소총을 집어들고 화장실로 가서 수류탄의 제1 안전핀을 뽑고 소총에 자신의 탄창을 장전했다.
김 일병은 탄창이 장착된 K-1 소총을 들고 내무반으로 다시 돌아가 왼손으로 수류탄 1발을 침상에 던진 뒤 재빨리 밖으로 나와 상황실로 향하다가 체력단련실 겸 휴게실에 있던 소초장 김종명(26) 중위를 사살했다.
김 일병은 수류탄 폭발 및 총성 소리를 듣고 상황실문을 열고 나오는 후임 소초장 이모 중위를 쏘았으나 이 중위는 문을 재빨리 닫아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이어 내무반 대각선의 취사장에 있던 취사병 이건욱(21) 상병을 쏜 뒤 25발들이 탄창을 다시 장전하고 수류탄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내무반으로 다시 들어가 소총을 난사했다.
김 일병은 이날 군 합조단 조사에서 "고참들이 툭하면 욕설을 퍼부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
고참병들로부터 심한 구타는 당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피해 상황=김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소초장과 취사병에게 사격을 가한 후 다시 내무반으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 상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수류탄을 던진 후 내무반을 빠져나온 김 일병은 체력단련실 겸 휴게실에 있던 소초장 김 중위와 취사장에 있던 취사병 이 상병에게 사격을 가해 김 중위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이 상병은 양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그러나 김유학(22)·박준영(22) 일병은 복부와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양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번 사고로 숨진 부대원은 소초장 김 중위와 상병 7명 등 모두 8명이다.
▲사건 수사 및 대책=육군은 사고 직후 국방과학수사연구소 감식반이 포함된 합동조사단(단장 박철수 준장·육본 인사근무처장)을 구성, 사고GP에 투입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합조단은 김 일병과 후임 소대장 이모 중위, 생존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가혹행위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 일병은 고참병들의 직접적인 구타는 없었지만 심한 욕설로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으며,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조단은 GP 내에서 실제로 언어폭력 등 정신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김 일병의 범행과정이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사전에 범죄를 계획했는지 여부도 중점 추궁하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이 배석한 가운데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오후에는 사고GP를 방문하고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국군 양주병원을 찾아 조문했다.
육군본부는 장례 절차가 끝나는 오는 21일까지를 숨진 장병을 애도하기 위한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이 기간 하사 이상 전 간부들이 전투복을 착용하고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으며, 골프나 회식, 음주가무, 오락행위를 일절 삼가도록 예하부대에 긴급 지시했다.
또 8구의 시신은 이날 저녁 경기도 분당 수도병원으로 옮겨져 안치됐으며, 육군은 20일 오전 7시 30분 분당 수도병원에서 유가족들에게 사건 경위를 설명한 뒤 해당 GP까지 안내할 계획이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윤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총기난사 사건의 경위를 보고받고 재발방지 대책을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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