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은 한여름의 폭염을 잊고 살까?
"얼음공장 일이요? 한참 일할 땐 가슴팍에 땀이 줄줄 흘러내려요. 젊은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고되죠."
30℃의 더위 속에 만난 김천제빙공장의 성세현(57·김천시 용두동) 사장은 얼음을 얼려서 파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넋두리부터 늘어놓았다.
제빙업 종사 경력 30년째인 그는 3년 전부터 "지금 내가 팔고 있는 것은 얼음이 아니라 제빙업계의 자존심"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제빙공장을 도저히 끌고갈 수 없기 때문.
"얼음공장에서 일하면 시원할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일할 때는 덥다가 영하 10℃를 넘는 얼음저장고를 들락날락하다 보면 바깥 온도와 적응하기 힘들어 직업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제빙업에 30년 종사하는 동안 장이 많이 나빠져 찬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도 못합니다."
30평 남짓한 제빙실의 온도는 18℃. 생각보단 시원하지 않다. 제빙실 판자 바닥 아래에는 230개의 수조가 놓여 있고 이곳에 지하수를 부어 영하 10℃ 상태에서 얼음을 얼린다. 1개 수조에서 48시간 동안 얼려진 얼음 한 개의 무게는 135㎏. 큰 얼음덩어리는 여덟 개로 조각나 영하 10.6℃의 저장고에 보관돼 있다 그때그때 판매된다.
엄청난 무게이지만 모든 일들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땀이 날 수밖에 없다. 얼음공장에선 겨울 옷을 입고 작업할 것이란 생각은 상상에 불과하다. 공장에서 냉동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저장고뿐.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청난 냉기가 몰려와 이게 얼음공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시원한 기분도 잠시, 오싹한 냉기가 돌면서 몇 분을 견디지 못할 정도다.
성 사장은 이곳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하루에 1, 2시간은 족히 된다. 성수기엔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전 8시까지 쉴 틈이 없다. 큰 얼음을 전기톱으로 자르랴, 배달하랴 정신이 없다. 쥐꼬리만한 수입 때문에 종업원 둘 형편이 못 된다. 틈틈이 도움을 주는 사람은 부인 김영숙(48)씨뿐이다.
김천제빙은 대구·경북에서 몇 안 남은 제빙공장 중 하나다. 주고객은 시장 상인과 농민들이다. 야외 나들이 나갈 때 아이스박스 채울 얼음을 찾는 손님들이 있지만 많진 않다. 생선가게, 막걸리집 등으로 배달되는 양도 갈수록 준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곳 제빙공장은 종업원이 7명에 달했고 성수기도 4~10월까지 7개월이나 됐다. 성 사장은 비수기엔 보일러 설치 및 수리 일을 한다. "제빙업의 자존심을 판다는 각오가 언제까지 갈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볼 생각"이라는 성 사장은 오늘도 제빙공장을 꿋꿋하게 지킨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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