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며느리, 우리집 복덩이죠"…봉화 사는 이옥연-파차니씨

모녀처럼 다정…알콩달콩 행복

"이젠 며느리 없으면 못 살아요."

이옥연(78.여·봉화군 상운면 가곡1리)씨에게는 외국인 며느리가 있다. 이씨의 며느리 파차니(40)씨는 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와 10여 년 간 시부모 모시고 자식 낳고 남편 공양하며 단란한 가정 이뤄 부농의 꿈을 꾼다. 시어머니 이씨는 문화적 갈등을 겪는 며느리를 이해와 사랑으로 보살펴 왔다.

"집안 청소, 음식, 빨래, 애 보는 일은 며느리 몫이고 농삿일은 그래도 내가 하는게 낳습니다."(이옥연씨)

"제가 힘들다고 아침밥도 해주고 애도 봐주고 말 없이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고맙지요. 이제는 아들이 셋이나 돼 태국으로 가고 싶어도 못가요. 어머니가 정말 좋아요."(파차니씨)

이씨의 며느리 파차니씨는 태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지난1994년 한 종교단체의 소개로 이국땅에 시집왔다.

이씨는 "벌써 10년 세월이 흘러 아들도 셋이나 되고 생활도 안정돼 잘 살고 있다"며 "요즘은 외국인 주부 언어교육 강사로 출강도하고 농촌 총각들 결혼 중매쟁이 노릇까지 해 수입도 짭짭하다"며 며느리 자랑을 늘어 놓았다. "우리 며느리요?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잘해서 항상 시아버지 한테 칭찬 받고요. 돈 벌어서 치마도 사다주고 애들 장남감, 친정가는 경비, 생활비까지 벌어 쓰는 억척주부지요. 우리집에선 복덩이예요."

이씨는 "며느리가 시집와서 1년만에 아들이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을때 며느리가 돌아갈까봐 시아버지가 매달려 빌다시피했고, 나도 아들 홀아비 만들까봐 군청가서 며느리 못가게 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지난 날을 되돌아봤다.

파차니씨는 "술먹는 남편과는 다툰적이 있지만 지난 11년 동안 어머니와는 한번도 싫은 소리 한 적 없다"며 "이제는 어머니 없으면 무서워서 못 살아요. 어디가면 항상 엄마가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고생(농삿일)해서 번 돈으로 양말도 사다주고 옷도, 바지도 사다줘요. 애들도 너무 이뻐해 주고요."

파차니씨는 자신이 한국 생활 적응 못해 힘들어 할때 시어머니가 늘 양보해 줬고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을때도 저보다 더 힘들어 했다고 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어머님 행복하게 해 줄 겁니다. 이해와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두달에 한번씩 태국에 들어간다는 파차니씨는 "한국사회 적응이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다"며 "요즘은 고향사람들 결혼도 시키고 돈도 벌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된장찌개와 김치는 아무리 노력해도 시어머니 손맛을 내지 못해요. 우리 어머니가 최고지요."

밭일로 지친 시어머니의 어깨를 주무르는 파차니씨의 밝은 얼굴에서 우리사회가 겪는 고부간의 갈등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 : 태국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 파차니(40)씨와 시어머니 이옥연(78·봉화군 상운면)씨가 다정히 껴안으며 웃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