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떨어진 우산을 쌓아두고 하나씩 고쳐가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28일 오후 5시30분 대구시 남구 봉덕동 우산수선집.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는 실, 고무, 쇠꼬챙이 등 우산고치는 데 쓰이는 재료들이 널려있었고 할아버지는 고장난 3단 우산을 고치고 있었다. 23년째 우산을 비롯해 구두, 운동화 등 각종 잡화를 고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일호(70)씨.
이 할아버지는 "20년 전에는 장마철이 되면 우산을 고치러 오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렸지.'내일 찾으러 오겠다'며 부러진 우산을 맡겨둔 채 돌아가는 손님이 많았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올 여름에 그가 고친 우산은 단 3개뿐이다.
그는 "당시에는 300∼500원만 주면 우산 창살을 바로 잡아주고, 묶어둔 실이 터진 곳은 꿔매줬으며, 구멍이 난 곳을 천으로 때웠다"며 "지금은 우산 고치는 비용이 새것을 사는 것과 비슷해 수선하러 오는 이가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금 이 할아버지의 가게는 말이 종합수선집이지 구두수선점이나 다름없다. 하루 수입 몇만 원 중 90%이상이 구두를 고쳐주고 벌고 있기 때문에 우산만 바라보며 장사하다간 굶어죽기에 '딱'이다.
때마침 우산을 고치기 위해 들린 이기재(43.수성구 만촌동)씨는 "우산 창살이 부러져 버리려하다 우연찮게 찾아왔는데 수선비가 5천 원이나 돼 그냥 버리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우산이 한 개인의 필수품에서 소모품으로 변해버린 건 근래 들어서면서다. 사은품, 기념품, 개업답례품 등으로 우산이 흔해져 한 가구당 평균 5∼10개까지 갖고있는 집도 많다. 우산은 조그만 흠만 생겨도 쉽게 버려져 '자원낭비'우려를 갖게 한다.
현재 대구에 남아있는 우산 수선집은 중구 대신동 등 5만 원 이상되는 고급우산을 고쳐주는 서너곳 정도이고 구두수선과 함께 우산 등 잡화를 고쳐주는 구멍가게는 20여 곳에 이른다. 이일호 할아버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우산을 아끼고 손잡이에 이름까지 적어두던 지난 시절이 아련하게 느껴진다"고 눈을 지긋이 감았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설명: 남구 봉덕시장 부근에서 20년 넘게 우산 수리를 하고 있는 이일호 할아버지는 "수입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살아있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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