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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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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독일작가 보르헤르트의 단편소설로 파쇼 통치와 제2차 세계 대전 중 전쟁의 참상을 형상화시킨 작품의 하나로 기억된다.

주인공 아홉 살 남자아이는 어느 날 그의 집에 폭격을 맞게 된다. 전기도 끊기고, 집은 무너진 폐허 가운데 그 아이는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 아이가 너무도 사랑하는 네 살배기 동생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붕괴된 집 아래에 남게 된다. 그런데 사랑스런 동생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쥐는 사람의 시체를 먹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아이는 두려워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동생이 쥐를 무서워할까봐 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붕괴된 옛 집을 지킨다. 쥐들이 죽은 동생의 시신을 해할까봐 밤에도 몽둥이를 들고 망을 본다. 그때 지나가던 토끼치라는 사내가 그 아이를 설득한다.

"얘야.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어두워진 밤에는 우리도 쉴 수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그 소년에게 흰 토끼 새끼를 선물했다. 여기서, 잠은 전쟁과 폐허 가운데서도 쉼을 뜻하며 토끼는 그 가운데서도 한줄기 희망을 말한다. 그것은 평화이기도 하고 또 다른 교육적 대안이기도 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 쉼표도 음표만큼 중요하게 강조한다. 쉴 때 쉬어야 그 다음 소리가 극대화되는 이치다. '쉼', 그 비어있는 공간 안에 안식이, 혹은 해결이, 화해가, 또는 울림이 있다.

이제 벌써 팔월 첫 주, 많은 사람들이 잠시 일상을 접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속속 떠나고 있지만, 일 년 내내 한 주의 휴가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혹독하게 다그치며,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게 하는 것일까? 고등학교 학생들은 쉴 틈도 없이 보충수업에 또는 과외에 시달린다. 또 그 학생들을 위해 방학도 반납하고 근무하시는 선생님들…. 일흔의 나이도 잊고, 아직 현장을 지키시는 우리 어머니…. 이분들에게 유난히도 더운 이 여름에 잠시만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드리고 싶다. 그 휴식 후, 한 마리씩의 토끼, 희망이라는 이름의 새 힘을 얻게 해드리고 싶다.

이상경 오르가니스트·공간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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