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직 國政院長들의 부적절한 처신

DJ 정권 시절의 국정원장 3명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만나 'DJ 정권 때에도 도청(盜聽)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발표가 '잘못된 게 아니냐'면서 항의한 행태는 경위가 어찌 됐든 부적절한 처신이다.

국정원의 도청 발표 이후 김 원장은 DJ로부터 직접 '그럴 리 없다'는 항의성 메시지를 필두로 여당 의원들이나 대통령까지 나서 김 원장을 몰아세우는 바람에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그런 마당에 전직 국정원장들까지 직접 나서 김 원장을 만나 마치 피의자 신문하듯 꼬치꼬치 따지고 든 건 누가 봐도 이성적인 처신으로 볼 수 없다. 보기에 따라 오는 25일에 있을 국정원의 추가발표를 앞두고 압박을 가한 정치 공세로 비쳐질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과거 문제에 연루된 부처의 전직 책임자들이 현직에게 항의한다면 곧 있을 '과거사 문제'는 지리멸렬해지기 십상 아닌가.

또 어찌 됐든 국정원 도청 문제는 전'현직을 떠나 국정원 자체의 치부이자 최고 정보 기관의 불법 행위이다. 그런 자체 비리를 현 국정원장이 고백할 때는 사전에 면밀한 분석과 조사를 바탕으로 그 파장까지 고려하면서 행해졌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이 도청 문제는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이란 힘겨운 절차까지 거치면서 수사 중에 있다. 천용택 전(前) 국정원장은 검찰 소환까지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의 진전 여하에 따라 3명의 전직 국정원장들도 수사 대상자로 조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를 입장인 게 작금의 상황이다. 이런 처지라면 일단 자숙하면서 검찰 수사를 조용히 지켜보는 게 전직 국정원장들의 바른 처신이다. 이것조차 망각하고 김승규 국정원장을 몰아붙인 건 한때나마 그들이 과연 국가 최고의 정보 기관장(長)을 맡을 자격이 있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한 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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