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최고의 피서지는 뭐니뭐니 해도 해수욕장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작열하는 태양에 맞서 역동적으로 여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비가 잦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해운대 1천270만 명 등 부산 지역 해수욕장에만 3천500만 명이 몰려 처음으로 3천만 명을 돌파했다. 규모는 작지만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도 350만 명이 찾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어야 제맛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백사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해수욕장 백사장 유실 현상은 개펄이 많고 모래가 귀한 서해안 쪽은 말할 것도 없고, 남'동해안 유명 해수욕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모래 채취와 방파제'옹벽 등 구조물 설치가 백사장 침식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는 자연현상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제주도 이호해수욕장과 동해안의 작은 해수욕장은 모래 유실로 백사장이 자갈밭으로 변해 아이들이 뛰놀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됐다. 짧아진 백사장 탓에 방풍림과 해안 담장이 파도에 무너져 버린 곳도 있다. 모래 유실은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도 예외가 아니다. 와이키키를 비롯한 해안 백사장들이 70여 년 사이 30% 가까이 침식됐다고 한다.
◇이에 반해, 기능을 상실했던 해수욕장이 당국의 끈질긴 노력으로 되살아난 경우도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거의 폐장 상태였던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관할 구청이 5년 계획으로 4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물 속에 방파제를 설치, 모래 유실을 막는 한편 15t 트럭 3만 대분의 모래를 쏟아 부은 결과다. 덕분에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약 300만 명의 피서객이 몰려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주 5일제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서 전국 14개 주요 해수욕장에 구축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을 통해 모래 유실의 원인을 파악,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자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모래 유실 방지 그물망을 쳐서 모래 퇴적 효과를 봤다고 한다. 동해안 군소 해수욕장도 나름대로의 대책을 강구할 일이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버릴 수 는 없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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