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전화, 괜찮을까?"

벨의 전화 발명 이후 120년 만의 최대 통신혁명으로 불리는 '인터넷전화(VolP: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는 음성 정보를 기존의 공중 회선 교환 전화망(PSTN망: 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을 통해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망(IP망)에 불연속적인 디지털 패킷 형태로 음성 정보를 전송, 통화권 구분없이 음성 등을 송·수신하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 및 서비스다.

지난달 22일 인터넷전화 선발업체인 애니유저넷과 삼성네트웍스가 '070 인터넷전화' 상용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기존 통신사업자, 인터넷 포털업체 등도 앞다퉈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어 서비스 제공을 앞두고 있는 등 '인터넷전화' 시장 선점을 둘러싼 업체들 간의 전쟁이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 "글쎄요? 아직···"

그러나 아직 인터넷전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터넷전화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인데다 '글쎄, 아직은 좀···' 하며 못미더워하는 경우도 적잖다는 것.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인터넷전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선발 업체들이 받은 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쳤다. 개인 가입자 확보에 주력해온 애니유저넷의 경우 지난 한 달간 1천200여 명의 가입 실적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가입자를 유치한 삼성네트웍스의 경우는 한 달 동안 9천800여 명(업체 350곳)의 가입실적을 올려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다.

애니유저넷 이관석 상무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그런지 홍보가 덜 된 것 같다"며 "또 소비자들에게 일반전화보다 비싸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초기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 "왜?"

인터넷전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관심은 과거 실패의 경험과 사용상의 불편도 고전하는 주된 이유다. 지난 1998년 새롬기술이 인터넷전화 업체인 '다이얼패드'를 통해 인터넷전화 '공짜' 서비스를 했지만 통화 품질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최초의 인터넷전화 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인터넷전화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또 하나는 사용이 불편하다는 것.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선 현재 사용 중인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는데다 전화기 수에 따라 인터넷 회선을 거실과 방 등에 추가 연결해야 한다. 또 '070'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060'으로 착각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화 단말기 구입비(15만~50만 원)와 통신요금(시내요금)도 일반 전화에 비해 비싸고, 인터넷 장애에 따른 접속 및 음질 불안정성 등 통화불편 등도 초반 실적 저조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잖다. 시내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가정집을 공략하기엔 요금이 비싸 공략 대상이 기업체로 한정될 수밖에 없고, 112나 119 등 긴급통화나 정전대비에 취약한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하고 도·감청 논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 "그래도!"

그래도 인터넷전화가 초고속 인터넷 및 무선 인터넷 보편화 등의 바람을 타고 전화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인터넷전화가 널리 보급돼 있고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애니유저넷, 삼성네트웍스는 물론 야후, 다음 등 포털업체 및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잇따라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정통부의 기준을 통과해 허가를 받은 업체만도 기간사업자 7곳과 별정사업자 8곳 등 모두 15곳.

또 5년 전에 노출됐던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보완된 것도 인터넷전화의 확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먼저 인터넷전화의 문제점 중에 하나였던 '전화를 걸 순 있지만 받을 수는 없었던 약점'이 070으로 시작하는 고유전화번호가 생기면서 해결됐다. 전세계 어디서든 같은 번호가 유지되기 때문에 전화기를 가져가 접속만 하면 인터넷전화로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저렴한 요금도 장점이다. 시내전화의 경우 통화요금이 3분당 45원으로 일반 유선전화(39원)보다 오히려 비싸지만 시외전화나 국제전화의 경우 유선전화에 비해 최대 95%까지 싸고, 같은 업체의 인터넷전화 서비스 가입자 간엔 국내외 상관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통화품질도 음성데이터를 압축하고 재생하는 기술과 인터넷망 품질이 향상되면서 크게 향상돼 거의 일반전화의 통화품질(MOS 4.0) 수준까지 높아졌다.

■ "어떻게 될까"

인터넷전화기를 인터넷이 연결된 노트북이나 PC의 USB포트에 꽂기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고 일반 휴대전화를 무선 인터넷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또 휴대전화처럼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는 이동 인터넷전화단말기, 이동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서비스도 개발, 머지않아 서비스될 것으로 보여 인터넷전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T 등 기간 통신사업자들은 상대방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는 화상IP폰도 보급할 예정으로 있어 인터넷전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2008년까지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6천800만 명)의 25.7%가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본은 2010년까지 전화망을 인터넷(IP)망 기반으로 바꾸고 유선전화 대신 인터넷전화를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가입자가 830만 명에 이른다. 영국의 리서치업체 '오붐'은 2008년 전세계 인터넷전화 이용자가 2억 명으로 늘고 매출액도 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2008년까지 8천억 원 규모로 형성, 전체 음성통신시장의 12.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 규모가 2008년 1조 원을 넘어서고 유선전화 시장의 16.4%를 잠식하고 2015년엔 기존 전화망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KT대구본부 강화우 과장은 "오는 11월부터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인데 단순히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넘어 인터넷과 통신, 방송 등 인터넷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개발해 복합·통합 기능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승부를 걸 문제는 아닌 만큼 꾸준한 품질향상 및 신기술개발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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