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太洙 칼럼-아동 虐待, 이대론 안 된다

非情의 어머니와 보육 시설 / 국가와 사회 차원 대책 절실

얼마 전, 19개월 된 원생의 온몸을 때려 십이지장 파열을 일으킨 대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구속됐었다. 이어 세 살 난 친딸을 마구 때려 의식 불명 상태에 빠뜨린 '비정의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울거나 떠든다고 어린 아이를 어머니와 원장이 그 지경으로 만들었다니 기가 막힐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라며 혀를 찼을 게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어른들의 어린이 가혹 행위는 소름 끼치게 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작태의 행진, 바로 그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저께는 우리나라의 '이혼 고아'들이 해마다 1천 명가량이나 생기고, 계속 이같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통계가 나와 경악을 금하지 못하게 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 어머니의 체벌로 초등 6학년 어린이가 죽은 인천의 한 사건, 보육 위탁된 초등 3, 4학년 자매를 눈 부위에 피멍이 들고 정수리 머리카락이 뭉텅 빠지게 한 대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폭행 사건 등은 떠올리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한 사람의 80% 이상이 부모이며, 이들 대부분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아동 학대가 결손 가정이나 극빈층에서만 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통계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계층, 모든 사회 집단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동 학대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불행한 사태들이 그늘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까닭은 '왜'인가. 남의 집 일에 무관심한 채 자기 앞만 보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뿌리 깊은 탓이 아닐까. 또한 아동 학대 행위 신고 의무가 있는 교사'의료인'복지시설 종사자들마저 그 사실 자체를 잘 모를 뿐 아니라, 신고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마저 없는 점도 큰 문제다.

게다가 요즘은 어린이 보육 시설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자주 터져 믿고 맡길 데가 마땅하지 않듯이, 더 근원적으로는 우리의 엉성한 보육 정책이 비판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빈발하는 어린이집 관련 사건은 1990년 정부가 영'유아 보육법을 제정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인가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뀐 게 잘못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이집을 많이 만드는 데만 힘을 쏟은 대부분의 정책들이 어린이보다는 종사자들 복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지나친 비판일까.

어린이는 우리의 희망이며, 무한한 가능성 쪽으로 열려 있는 '꿈나무'들이라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전문가들은 유아기 어린이가 한 번 받은 심리적 상처는 성장한 뒤에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므로 제대로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에 이를 때까지 사랑으로 돌봐 주고 인정해 주며 격려해 줘야만 제대로 자란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의 제대로 된 자식 사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육 시설과 저출산 문제 역시 함께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로 떨어져 국가 차원에서도 부랴부랴 갖가지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젊은 부부들과는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20만~30만 원의 출산 장려금을 주고 있으나 이 정도로는 '바위에 대침 놓기'가 아닐는지….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고,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보편화되면서부터 자녀 기르기에 보육 시설의 질적인 향상과 그 신뢰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선, 낳아 놓은 아이를 국가와 사회가 행복하게 키워 주고, 교육시켜 준다는 믿음을 줘야만 사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직장 보육 시설 의무 설치 사업장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취업한 어머니들이 자녀를 보육 시설에 맡긴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투입하는 예산도 국내총생산(GDP)의 0.13% 정도에 불과하다. 어린이를 제대로 아끼고 키워주는 국가'사회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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