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과-수학 선행학습 부작용 없을지

문 :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수학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인 우리 아이도 2학년 과정을 나름대로 하긴 하는데 다른 애들에 비하면 늦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선행 학원에 보내자니 되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시키려다 부작용만 생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선행학습은 어느 정도나 필요한가요?

답 : 말씀대로 요즘 수학 선행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학원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도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경우입니다. 너도나도 선행학습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도를 나가서 자랑하고 싶기도 한 학부모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은 학습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진도를 다 나갔다고 해도 설명을 들을 때만 이해하고 말거나 답지를 보고 푸는 습관이 들면 배우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도와 속도는 학생의 실력과 학습 능력에 맞춰야 가장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학부모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녀의 실력을 과신하기 쉽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아이는 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오로지 더 상위의 반만 고집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미 몇 학년 과정은 끝냈다면서 다음 과정을 배우겠다고 욕심을 내지만 정작 테스트를 해 보면 실력이 엉망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빨리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행학습의 매단계에서 자녀의 실력을 정확하게 진단해 그에 맞춰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두 번째 유형은 학생의 필요와 욕구에 맞는 선행학습입니다. 새로운 내용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과 적응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목표 의식도 분명한 학생들은 힘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진도를 나갑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보다 욕구 충족과 능력 발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에서 더 많은 학습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갈수록 수학 선행학습의 범위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재고나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이르면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부터 중1 과정을 시작해 중학교 1학년 때 고교 과정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 학생들은 고교 입학 시험이나 경시대회 등 다른 유형의 학습을 병행하기까지 하니 학습량은 대단히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물론 상당수 중위권 중학생들도 일정 정도의 선행학습은 하고 있습니다. 고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1, 2학년 때 3년 과정을 다 끝내기 때문에 미리 공부할 필요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수준의 학생들에겐 오로지 진도를 빨리 나가기 위한 선행학습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진도보다 학습의 깊이와 수준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연습량을 늘려 진정한 자신의 실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진도에 집착하다가는 실력을 쌓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 수업까지 소홀해 전체 공부를 망칠 가능성이 큽니다.

선행학습의 방법과 정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이고,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학부모의 욕심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김우일(김샘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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