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천년의 고도 경주를 여행했다. 비록 하루만의 여행이었지만 가방 하나에 두 발로 왕릉을 비롯해 안압지·반월성을 거쳐 경주국립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에 접어들면 성덕대왕신종을 위시해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석탑과 석등 그리고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그와 더불어 해질 무렵의 경주를 에워싼 아름다운 산 능선의 곡선미, 그 사이 사이로 에밀레 종소리가 굽이굽이 흐르는 것을 그려보노라니 천이백년 전의 시간이 지금에 있는 듯 했다. 필자가 독일 유학시절에 자주 접하는 질문 중 하나는 그들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어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한국인이지만 우리 문화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았으며 마음만은 한국의 토종인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그동안 우리 것에 대해 무심했음을 인정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로 인해 천년의 고도 경주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우리의 강산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경주 뿐만 아니라 안강에 위치한 조선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고 후진을 교육하던 옥산서원도 자주 방문하곤 한다.
이곳에 들어서면 자연과 더불어 학문에 열중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내속에 들어온다. 그리고 회재 선생이 학문을 닦았던 독락당(獨樂堂)은 말 그대로 학문에 심취하며 삶을 탐구하던 한 학자의 진실된 장소이다. 바쁜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잃어버리기 쉬운 가치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5분 정도를 오르면 통일신라의 건축물인 정혜사지십삼층석탑을 접하는데 이것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을 닮았을 옛 신라인들의 마음 또한 느낄 수 있다. 천년을 지켜온 감은사지삼층석탑이나 경주국립박물관내에 있는 고선사삼층석탑 그리고 석가.다보탑을 여유있게 한 번 보자.
직선 위주의 서양건물에 익숙하고 분석적인 딱딱한 논리 속에 쫓기듯 바쁘게 사는 우리의 모습이 어느새 부드럽게 곡선적이며 넉넉하고도 한적한 우리 자연을 닮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옛사람들이 우리네 자연속에서 지녔던 소박하고 소탈한 마음과 가을하늘같이 맑고도 담담한 정신이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김동학(작곡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