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겨울연가' 등 드라마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한류열풍이 아시아 영화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단역에 머무르던 한국 배우의 외국영화 출연이 주연급까지 확대되면서 전 세계 영화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는 것.
14일 개봉하는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은 진시황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던 2천여 년 전과 현재를 오가며 진시황릉의 비밀을 파헤치는 영화로, 청룽(성룡)과 김희선이 주연을 맡았다. 김희선은 진시황의 후궁이 되려고 몽의 장군(청룽)의 호위를 받아 진나라로 가다가 그 장군과 사랑에 빠지는 신비스러운 고조선 공주로 출연한다. 청룽의 첫 사극인 이번 영화는 35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청룽은 여세를 몰아 차기작으로 한국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룽과 한국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4, 5명 이상의 한국 배우가 함께 출연하며 대규모 한국 스태프도 참가할 예정이라는 것.
현재 상영 중인 제작비 150억 원의 중국 무협영화 '칠검(감독 쉬커)'에는 우리나라 배우 김소연이 비운의 공주로 출연했다. 영화의 배경은 무술 연마와 무기 소지가 금지된 17세기 청나라로, 김소연은 혼란한 시기를 틈타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악당 풍화연성의 사랑을 받다가 이들에 대적하는 일곱 영웅의 리더 초소단과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칠검'은 한국·중국·홍콩의 영화 제작자가 각각 제작비를 3분의 1씩 분담했고 제62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물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칠검'에서 김소연이 맡은 역할이 악당에게 포위되는 귀족이어서, 해외 대작에서 국내 배우의 입지가 노예에 머무른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화-진시황릉의 비밀'에서 김희선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연기력에서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다. 중국어 부분은 김희선의 발음 문제로 더빙으로 처리되거나 심지어는 한국말로 연기한 뒤 중국어 더빙을 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관객이 보기에는 다소 불편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무협영화에 한국 배우가 캐스팅된 것은 한류 효과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검증받은 바 있는 한국 배우들은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3 ,4개국이 중심이 돼 자본을 투자하는 형식의 영화 제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한류 스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듯 앞으로도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한류 문화 상품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말 개봉될 '무극'은 첸카이거 감독의 지휘 아래 한·중·일 대표배우 장동건, 장바이즈, 사나다 히로유키 등이 출연한다. 노예 쿤룬(장동건)과 중국의 황비 경성(장바이즈), 대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영화로, 3년간의 기획을 거쳐 한국·미국·중국 3개국에서 300억 원을 공동투자해 제작한다.
지진희가 출연한 천커신 감독의 멜로 영화 '퍼햅스 러브' 역시 올해 말 개봉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에서 올 로케이션한 전지현 주연의 영화 '데이지'는 한국 자본이 홍콩과 손잡고 만들어졌으며 감독은 홍콩 류웨이창 감독이, 배우는 전지현, 정우성, 이성재가 주축이 돼,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TBS 방송사 역시 일본 자본의 드라마 '윤무곡'에 최지우와 신현준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상태다.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축을 잇는 영화제작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아시아 문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을 경우 엄청난 수입은 물론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영화계는 앞으로 이런 경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그 중심에 한류 스타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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