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公기업 이대론 안된다

사장부터 감사실 직원까지 비리 단맛에 빠져

'아파트 불법분양을 통한 이익 챙기기, 전국 최장기 지하철 파업, 대구시 출신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성과급 나눠먹기….' 대구시 산하 공기업은 5곳.

일부 공기업의 성공적인 변신에도 잘못된 경영 등으로 시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지역혁신 차원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리·파업으로 얼룩진 공기업=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대구시가 만든 대구시도시개발공사(도개공) 직원들이 아파트 불법분양을 통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전 사장과 직원 등 23명이 무더기로 입건(본지 11일자 보도)돼 시민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전 사장과 감사실 직원까지 연루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이 이뤄졌으나 이를 감시할 대구시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등 감사의 허점을 드러냈다.

대구시지하철공사는 작년 전면파업 88일, 부분파업 및 기습파업 4회 등 장기 파업을 벌였다. 장기 분규와 노사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시민들만 고통을 겪어야 했다. 대구지하철참사에 이은 지하철 파업은 시민분노로 이어졌다.

△방만한 운영=2000년에 부도가 난 삼성상용차 공장을 법원 파산 재단으로부터 경매를 통해 인수한 대구시도시개발공사는 관리를 맡고 있는 직원이 트럭을 갖고 공장에 들어가 공장설비, 물품 등을 훔쳤지만 경찰수사 뒤에야 도난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경영에 문제를 보였다.

대구시 퇴직 공무원들의 공기업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문제다. 대구의료원을 제외한 도개공과 지하철공사, 시설관리공단, 환경시설관리공단 등 시 산하 4개 공기업의 '수장'이 대구시 공무원 출신이고 이들 공기업 임원 대부분도 그러한 사정이다.

또 회사의 경영상태와 관계 없이 성과급을 받는 임금시스템도 공기업의 난맥상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작년 11월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마 5등급 가운데 낮은 등급인 라 등급을 받은 도개공,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올해 기본급의 18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나 등급을 받은 시설관리공단과 환경시설관리공단은 기본급의 260%, 가 등급을 받은 대구의료원은 300%를 각각 성과급으로 책정받았다.

△공기업, 수술해야=손명숙 대구시의원은 "대구시 공무원 출신이 공기업들의 수장을 맡은 탓에 공기업들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다"며 "곳곳에서 혁신의 바람이 부는데도 시 산하 공기업들은 무풍지대"라고 꼬집었다

회사원 최영필(43·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도개공의 불법분양에 대해 "분양업무 담당직원은 물론 담당팀장과 도개공 전 사장, 감시 입장의 감사실 직원까지 무더기 연루되는 등 공기업의 비리 동참이 허탈하다"면서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혜영(32·대구 달서구 월성동) 씨는 "시민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기업 직원이 서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 직위를 이용해도 되느냐"면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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