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과 가을 여행-단양 온달산성

잡초가 무성한 온달산성.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던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일대. 전쟁은 신라의 승리였으나 이곳엔 고구려의 유적과 전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기 때문이다.

1천400여 년이란 만만치 않은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고도 석벽은 아직 단정하다. 그 아래로 아득하게 남한강 줄기가 산을 휘감아 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강줄기는 변하지 않았을 터. 그 강처럼 성안에 나뒹구는 화살촉 하나, 돌 하나가 모두 역사의 흔적이다.

하지만 정작 고구려는 말이 없다. 역사의 현장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일은 그래서 의미 있다. 산성에 올라서서 눈을 감는다.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그 바람을 타고 아득한 역사의 한 끝으로부터 온달 장군의 호령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는 고구려를 깨워라."

온달산성에서 고구려의 흔적을 더듬고 기상을 배운다. 언제까지 온달 장군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만 되뇌일 것인가. 이젠 온달 장군을 통해 고구려를 느낄 때다.

사실 온달산성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사이에 얽힌 전설이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산성 아래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도 이에 못지않다. 그래서 가벼운 산행을 겸한 가족답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더 좋다. 산성에 올라 느긋하게 거닐어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성으로 오르는 출발 지점은 온달국민관광지. 단양군이 산성과 온달동굴을 묶어 관광지로 개발했다. 온달관을 지나면 왼쪽에 산성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있다.

산성이 있는 성산은 해발 427m의 나지막한 산. 산성까지의 거리도 채 1㎞가 되지 않는다. 출발지점에서 올려다 보면 산꼭대기를 감아 도는 꾸불꾸불한 성벽 자락이 보인다. 하지만 고구려의 역사 속으로 가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30여 분 숨가쁘게 오르면 가파른 경사면에 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벽은 점판암을 켜켜이 쌓아올렸다. 일부를 보수하긴 했어도 한눈에 봐도 깨끗할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다. 납작한 돌을 층층이 어슷하게 쌓아올린 게 오랜 세월을 견뎌낸 비결. 산성은 나무계단을 타고 성문을 오르도록 되어 있다. 산성둘레는 682m. 비탈진 경사면에 성을 쌓아 성 바깥에서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다.

성벽에 오르면 산을 휘감고 흐르는 남한강 줄기와 강을 끼고 도는 도로, 강을 가로지르는 영춘교, 주변에 자리 잡은 아늑한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탄성을 내지를 만큼 장관이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땐 왜 저렇게 높은 곳에 성을 쌓았나 했었다. 하지만 과연 군사적 요충지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산성의 남쪽 정상에 오르면 소백산의 봉우리들이 잇닿아 있는 웅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산의 지형을 따라 반달 모양으로 곡선을 이루며 돌아가는 성벽도 아름답다. 경치에 취해 이곳이 그토록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이었음을 금방 잊어버린다.

성 안에는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꽤 큰 마을이 있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우물도, 사람의 흔적도 찾을 길 없다. 성벽만 없다면 그대로의 야트막한 야산의 모습이다. 북쪽 성벽 1m 높이에 있는 구멍은 배수구다. 처음 쌓을 때의 모습 그대로란다. 산성을 돌다 보면 가장 낮은 위치라 안쪽의 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온달국민관광지의 입장료를 내면 온달산성과 온달동굴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어린이 1천500원. 주차료는 소형 2천 원이다.

온달은 축제를 통해 이곳에서 부활한다. 단양군은 오는 22~26일 온달관광지와 단양읍 일대에서 '제10회 온달문화축제'를 연다. 22일 단양초등학교에서의 여성한마당큰잔치를 시작으로 5일간 온달 장군 선발대회, 온달 장군 승전행렬, 고구려 지천무 공연, 고구려 무예 시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문의 043)420-3544.(단양군청 문화관광과)

▒온달산성 주변 가볼만한 곳

대부분의 단양여행은 단양팔경이 모여있는 단성면이나 고수동굴과 천동동굴이 있는 단양읍 일원을 둘러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양여행은 동굴이나 충주호 유람이 끝이 아니다. 색다른 단양여행을 원한다면 북쪽 영춘권으로 눈을 돌려보자. 역사의 현장과 절경이 숨어있다.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이길은 드라이브로도 그만이다.

단양군청에서 추천하는 영춘권 관광코스는 단양읍에서 출발해 향산석탑-북벽-온달동굴-온달산성-남천계곡-구인사를 돌아보는 것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총 거리는 41.7㎞.

이중 북벽은 남한강변에 깎아지른 듯 늘어서있는 석벽으로 가을이면 단풍이 절경인 곳이다. 영춘면의 북쪽에 있으며 자연의 넉넉한 품을 느낄 수 있다.

온달관광지 내의 온달동굴도 볼 만하다.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된 이 동굴은 약 4억 5천만년전 생성된 석회암 천연동굴. 동굴의 통로 옆으로 맑은 물이 흘러 신비롭다. 길이는 약 800m. 돌아보는 데에 약 30분가량 걸린다.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전국에 140개나 되는 절을 관장하고 있다. 소백산 국망봉을 중심으로 장엄하게 늘어선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연화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 경치가 좋다. 절 안에는 5층 대법당을 비롯 삼보당, 장문실 등 50여 동의 건물들이 경내를 꽉 메우고 있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