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7만여 명에 백화점 한 곳, 대형소매점 한 곳뿐이던 경북 구미에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소매점 2곳이 연말에 잇따라 문을 열면서 '유통 대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은 고정고객 지키기를 외치며 매장 재구성 및 고객 서비스 확대 등을 서두르고, 매장면적 100~500평 규모의 중소형 소매점 20여 곳은 활로 찾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먼저 롯데마트가 12월 말쯤 구미 신평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 영업면적 6천500평 규모의 초대형 점포를 연다. '롯데마트 구미점'은 롯데마트 전국 43호점으로 경북지역에서는 처음 운영되는 점포. 기존 롯데마트 점포 중 최대 규모. 롯데마트는 대구 대형소매점 시장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전철을 되밟지 않겠다며, 이번 구미점을 대구·경북지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존 대형소매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패션 아울렛' 매장을 열고,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는 '전문 와인숍', 유기농산물 전문점 및 인테리어 전문점도 매장 내에 선보여 고객들의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도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초에 영업면적 5천여 평 규모의 구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기존 구미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유통점들은 수성 공략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85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동아백화점 구미점의 경우 '작지만 강한 패션전문 백화점'을 지향점으로 삼겠다는 전략. 구미점은 이미 패션과 무관한 식당코너, 전자 및 문구점 등을 매장에서 철수시켰으며, 주5일제에 맞춰 등산용품 등 아웃도어 브랜드로 차별화된 매장을 꾸미겠다는 방침이다.
최경진 동아 구미점장은 "영업면적이 수천 평에 이르는 대형소매점에 비해 규모의 열세는 인정하지만 어차피 주타깃 고객층이 다르다"며 "소비 상위층을 겨냥해 신규 명품 브랜드를 확충하고 매장을 새롭게 꾸며 올해 1천억 원 이상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03년 1천300억 원, 2004년 1천4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구미에서 독보적인 대형소매점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마트 구미점의 경우, 신규 대형소매점 진출을 앞두고 고객 리서치를 하는 등 파급효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17일부터 'OK 캐쉬백'과 연계한 '이클럽카드'를 선보여 17일 하루 동안 신규 고객 4천여 명을 확보하는 등 기존 고객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김상운 이마트 구미점장은 "이클럽카드의 경우 기존 OK캐쉬백에 비해 무려 5배나 많은 포인트가 적립되는데, 대구·경북지역 이마트 중에는 유일하게 구미점이 도입했다"며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포인트의 경우 매장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클럽카드 누적포인트는 OK캐쉬백과 연계한 모든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구도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소매점 업계 한 관계자는 "광역권을 포함해도 인구 50만 명에 불과한 구미지역에 초대형 소매점이 3곳이나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개점 이후 한동안 각축전을 벌이다가 2강 1약 체제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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