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험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 그렇겠지만 나는 나대로 많은 상처를 안고 재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여름 방학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고 뚜렷한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수능 원서를 내고 난 후 찬바람이 불면서 여기에서 주저앉아 버리면 영원히 기회가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힘을 수능공부에 맞추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가슴이 떨리고 아찔하다. 재학생이나 재수생 할 것 없이 수험생들은 이미 경험하고 있겠지만 지금 교실은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과 포기한 학생 두 부류로 확연히 나누어진다.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도 엎드리기가 쉽고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그것을 떨치기 위해 떠든다. 그런 후에는 또다시 공허해진다. 이 사실 또한 수험생들은 잘 알고 있다.
수능시험의 성패는 바로 이 순간에 얼마나 자신을 굳건히 붙잡을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먼저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나는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 연습장에다 그날 공부할 내용을 적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몰두했으며 진도가 느린 과목은 선생님보다 한발 앞서 문제를 풀어나가며 선생님이 설명할 때 답을 맞추어보곤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수험생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떤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하면 학교나 학원의 수업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본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교실에서 다루는 문제집 중에 진도가 많이 남아 있는 과목은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뒤에서 앞으로 풀어나왔다.
언어영역과 영어는 날마다 새로운 지문을 5~10개씩 풀어보며 감각을 유지했고, 수학은 전 단원을 종합적으로 다룬 실전 모의고사를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풀려고 노력했다. 이때 모르는 문제는 풀이과정을 읽어보고 하루나 이틀 뒤에 다시 끝까지 직접 풀어 확실하게 내것으로 만들었다. 과학은 교과서를 다시 읽으며 평소 모의고사에서 자주 틀리는 단원들을 집중적으로 보충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결과에 관계없이 빨리 시험을 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자신이 왜 그 긴 세월을 학교에 다녔는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격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의 경험으로는 지금부터 제대로 공부하면 전 과목을 서너 차례 정리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지금 성실하게 공부해야 시험 당일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고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 반드시 그날은 대박이 난다. 고향 후배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권신원·서울대 의예과 05, 능인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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