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모의고사보다 몇 점 올릴 수 있을지…

문 : 고3 수험생입니다. 지금부터 공부하면 평소 모의고사보다 몇 점 정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언어영역 점수가 들쭉날쭉하여 고민이 많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칠 때 언어영역에서 늘 시간이 부족하여 마지막 한 두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은 기간 어떻게 해보는 것이 문제를 빨리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도움말 부탁합니다.

답 : 현대는 과학적 추론과 접근 방식이라면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는 시대입니다. 통계와 수치는 어떤 명제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확실한 논거로 활용되는 예가 많습니다. 사회 많은 분야에서 인문적 교양과 상상력의 위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습니다. 현대인은 수치병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도 현재를 수치화한 것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태도와 관점은 마음의 자세나 정신력이 중요한 공부나 시험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평소 모의고사에서 몇 점 나오니까 실제 수능도 몇 점정도 나올 것이라는 예측은 결정적인 오류는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비약적인 발전 가능성과 학생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문적 교양과 신화적 상상력,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하는 낙관적인 꿈은 인간에게 과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세계를 확장하고 현재를 초월하게 하는 동력을 제공해 줍니다. 통계적 수치로 현재를 재단(裁斷)하고 미래를 예단해버리는 사회에서 상식적 수준을 벗어난 비약적 도약을 꿈꾸며 달성하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주술적 요인에 기대게 됩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통계적 추론으로는 도저히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주로 점쟁이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운명 철학관들은 해마다 지금쯤 수험생 특수(特需)를 누리게 됩니다.

실제 수능시험에서는 모의고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험생들 중에서 30~40% 정도는 원점수 500점 만점 기준으로 20~50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사람들은 과거(科擧) 운이 있었다거나 일진이 좋았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학생의 생활 태도를 면밀히 관찰해 본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악착같은 승부욕과 강인한 정신력이 마지막 순간까지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언어영역 문제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려고 애쓰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 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읽어야 전체 문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그 글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나 정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현행 언어영역 시험에서는 수험생의 언어 감각과 직관력을 중시하는 문항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문제가 출제되는 지문은 적정 속도로 읽어 내려갈 때 그 전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공부할 때 한 과 전체를 몇 차례 빠른 속도로 통독하고 나서 글의 짜임새나 어휘 등을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부터 문장을 쪼개나가면서 분석적으로 독서를 하면 책읽기의 재미도 반감되고 이해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목전에 닥친 시험을 위해 질문한 학생은 남은 기간 동안 다음 방법을 참고해보기 바랍니다. 실전모의고사 문제로 주어진 시간보다 10분 빨리 즉, 80분 만에 풀어보는 훈련을 몇 차례 해보기 바랍니다. 지문을 평소보다 조금 빨리 읽으면 오히려 읽는 동안 다른 잡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없고 앞뒤 연결이 더 잘 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문이 아주 길 경우에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문제를 먼저 읽어보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지문부터 읽고 문제를 풀어야 고득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남은 모의고사에서 첫째 시간 시작 전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며 자신감을 가지는 훈련을 하십시오. 극도로 긴장하거나 불안정한 마음 상태에서는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지문을 읽으며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시기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정신력을 강조하며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하라고 말합니다. 수험생들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잠을 줄여가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 늘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이 건강하고 상쾌한 상태가 아니면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습니다. 몸이 피로하지 않게 하면서 깨어있는 시간에 몰두해서 공부하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흔히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입시 격언은 없습니다. 입시전문가들은 '4락5당'이라고 말합니다. 4시간 자면 떨어지고 5시간 이상 자야 합격한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올해 입시는 남은 기간 동안의 마무리 정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양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에 질적인 비약이 일어납니다. 그 비약의 순간이란 대체로 예측 불가능하지만 수능 시험의 경우 시험 당일날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 당일날의 비약과 대박, 자신감을 위해 지금 성실하게 공부하며 꾸준히 학습량을 쌓아야 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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