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
권영필 외 지음/돌베게 펴냄
'한국의 미(美)란 무엇인가'. 근대 이후 한국미(韓國美)에 대한 논의는 다각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미학적 관점에서는 체계적이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대두돼 기본적으로 민족 국가주의의 틀에 갇혀 논의가 진행되어오거나 지나치게 이데올로기화돼 있었던 것이다.
또 근대 이후의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우리의 작품들을 서구의 눈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통에 대한 해석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명제로 규정했기 때문에 한국미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들이 부지불식간에 내면화되기도 했다.
국가의 존재 위기를 예술작품과 미론으로 증명하려 한 경향도 있었다. 그간 한국미를 종교적 주술처럼 반복하면서 내면화시켜 왔던 것은, 그것이 민족정신의 본질인 양 관념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존의 한국미론 연구에는 예술을 통해 삶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턱없이 부족했으며, 그런 시도들이 쌓여 생기는 철학이나 미학적인 깊이도 부족했다.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돌베게)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한국미를 재론하고 있다. 시대가 낳은 불행한 의식을 거둬내고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맥락에서 우리의 예술과 미의식에 대해 논하고자 했다.
시대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 시대를 제대로 볼 때 다른 미적 경험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제아래서 내셔널리즘과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한국미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기존 논의의 반복성을 탈피하며 비교론적 방법에서 한국미를 새롭게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미를 강박적인 관념하에 두지 않고, 시대와의 조화 속에서 살피며, 모든 인문학적 토대와 방법들을 상호비교하면서 한국미 논의에 적절한 방법론을 차용하고자 했다. 이 책은 '12인의 미학자들을 통해 본 한국미론 100년의 조망'이라 할 수 있다.
최초로 한국미술 통사를 집필한 독일인 안드레 에카르트, 최초의 한국인 미술사학자로 한국미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유섭, '비애미'.'민예미'.'선의 미' 등 한국예술의 정체성에 관한 최초의 미학적 문제 제기를 했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비평으로 '진보 민족주의 미술론'을 펼쳤던 윤희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몸소 체험하며 한국인의 궁핍에서 미의 근원을 포착했던 에블린 맥퀸, 국내 고고학의 학문적 기초를 세우고 미술사를 독립된 학문으로 정착시킨 김원용, 한국 예술작품에 서구 예술철학 이론을 적용하며 한국미술의 '비균제성'과 '자연순응성'을 강조했던 조요한 등....
그들이 '한국미'를 어떻게 정의했나 하는 개념의 정립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들의 눈이 포착해낸 '한국미를 어떤 장르와 어떤 작품이 가장 잘 표출해내고 있는가'를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필진들은 서로 관점을 달리하며 근대 미론가들의 내면 속으로, 그들의 취향과 사색 속으로 깊이 침투해서 그것이 한국미의 명제들과 어떤 지점에서 연결되고 있는지를 찾아내고 있다. 이 책 속에 담긴 한국미 논의는 곧 한국미론의 현주소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미에 대한 회고와 전망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문화가치를 찾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국미를 향유하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학문적이고 교양적인 측면에서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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