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이은희 지음/ 살림 펴냄

이 책을 소개하기 전 책의 지은이부터 먼저 살펴봐야겠다. 필명이 '하리하라'인 이은희 씨는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저술가이다.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과학 읽어주는 여자' 등의 책을 써내 '딱딱하다''차갑다'는 이미지의 과학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 나온 '과학블로그'에서도 그녀의 쉽고 명쾌한 과학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번에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현대과학의 양면성이다. 저자는 자신이 배운 분야에서 "과학이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도출될 수 있는 결과는 얘기해주지만, 그 결과로 인해 가려진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과학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따라오는 어두운 면은 쉽게 지나치고 있다.

1986년 미국에서 있었던 '베이비 M 사건'은 대표적이다. 불임 부부를 대신해 아이를 낳아주고 돈을 받기로 했던 대리모가 막상 아이를 낳자 아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아기를 원하는 양측의 소망은 결국 법정까지 가서야 결론이 났다. 당시 법원은 부부가 친권을 갖고 대리모가 아기를 만날 권리를 갖는 것으로 판결했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불임 부부의 고통도 시험관 아기 시술로 덜어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위의 사례와 같이 생물학적 부모와 법적인 부모 중 누구에게 친권이 있는지 논란거리도 제공했다. 입양과 같은 미덕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생겨났다.

저자는 이와 같이 현대과학에 관한 뜨거운 이슈 10가지를 선정해 그 야누스적인 측면을 살펴본다. 자신의 필명 '하리하라-인도신화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인 비슈누와 종말과 파괴의 신인 시바의 결합형'가 딱 어울리는 내용이다.

저자가 선택한 이슈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논쟁거리들이다. 항생제 논란, 유전자 조작 식품, 시험관 아기의 탄생, 장기이식 발전, 비만극복 프로젝트, 환경호르몬의 공격, 백색식품 과잉에 따른 피해, 다이너마이트의 발명, 원자력에너지의 이용, 석유에너지의 개발 등. 최근 신문이나 방송에 한번씩은 톱기사로 처리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논쟁거리들이다.

그래도 쉽지만은 않은 내용, 과학블로그에는 곳곳에 다양한 사진과 그림 등 시각적 자료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곁들여져 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주의를 기울이며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가 결국 얘기하는 것은 '인간이 과학에 대해 보다 더 현명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나 윤리적 정당성 없는 과학맹신주의가 초래하는 것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같은 전 인류적인 불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도 제시한다. 각 단락 끝에 마련된 '사이언스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이 단 1분이라도 '과연 어떨까'라고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과학기술 발달이 가져온 달콤한 현대생활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학기술로 인한 폐해를 지나칠 수도 없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저자가 말하는 대로 '과학을 더욱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아야 할 당위성을 가지게 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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