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기경 말씀 구구절절 옳다

"구구절절 옳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어제 한 신문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린 맥아더를 부정하는 사람의 인권을 더 감싸는 나라- 이것이 정체성의 위기가 아니면 뭐냐고 그는 질타했다. 김수환 추기경이다. 나라 걱정하는 한 원로의 위정자에 대한 꾸짖음이다.

그 사흘 전, 고 함석헌 선생의 애제자이자 진보 성향 학자인 78세의 김용준 교수(고려대)도 이렇게 언론에 토로했다. "나도 광복 후 한동안 사회주의에 심취했지만 사회주의가 그렇게 좋으면 왜 이북에서 그렇게 피란민이 많이 내려 왔겠느냐"고. 이어 보수 진영의 원로 9천 590명은 좌경화 우려와 관련한 제2 시국선언문과 함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이 모두 '강정구'와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및 그의 이중적 처신이 일으킨 파문으로, 많은 국민이 이 사태를 우려하는 바이지만 집권층의 반응은 '한나라당이 일으킨 정쟁'으로 치부할 뿐이다. 문희상 의장 같은 이는 박근혜 대표의 문제 제기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사상 검증하려는 추태"라고 거꾸로 튀었다. 이래서는 '말 없는 다수'의 태산 같은 걱정은 도무지 풀릴 리가 없다.

우리는 박 대표와 추기경의 발언에 맞선 청와대·여당의 대응 자세를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박 대표는 인권을 앞세운 '강정구 감싸기'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강 교수의 '만경대 정신'에 동의 하는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건가 아닌가 등등 듣기에 따라서 비례(非禮)랄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야당으로선 그 상황에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김 추기경 말씀 또한 박 대표의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북한 인권에는 아무말도 안 하는 사람들이 인민공화국이 안 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앞장서다니" "이것이 정체성의 위기가 아니면 뭔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현재의 분열상 극복에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들은 바로 노 대통령과 정권 담당자들"이라고 해답까지 내준 것이다.

결국 "당신의 정체성이 뭐냐"는 박 대표와 추기경의 동시·동일 질문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한 쪽에게는 '유신 망령' '수구 꼴통' '선동 정치'라는 폭언으로 반발했고 한 쪽의 말씀엔 침묵만 지키고 있다.

이러니 실소가 나온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우리당은 부디 어른들의 말씀에 겸허하기 바란다. 정동영 장관도 그 때 노인들 우습게 봤다가 죽을 욕 봤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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