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초초했던 '13일'

8%포인트 차의 승리였다. 그렇지만 초조했다. 26일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자 당직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면서도 그동안 내내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선거사무실 한 관계자는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속내를 들어냈다.

한나라당은 공천 과정에서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유 후보 전략공천에 15명의 신청자들이 "들러리가 됐다"며 반발한 것.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거나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 지지로 돌아선 이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최고의 카드'로 여긴 유 후보가 쉽게 이길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이강철 후보의 공공기관 동구 유치 카드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자 결국 히든카드를 일찍 내밀었다. 선거 캠프는 곧바로 중앙당에 'SOS'를 쳤고, 선거운동 시작 이틀 뒤인 15일 박근혜 대표가 대구에 내려왔다.

박 대표는 16일 오전에 울산 지원 유세를 한 뒤 오후에 다시 동을을 찾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하고 대구에서 하루를 묵은 뒤 16일 강행군을 이어갔다.

박 대표가 동을에 이틀이나 '정성'을 쏟았음에도 효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각 언론사의 중반 판세에서 유 후보와 이 후보 간 초반의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자 한나라당의 불안은 커져갔다. 여기에다 박 대표의 공공기관 달성 유치 발언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때쯤 자체 여론 조사에서도 유 후보와 이 후보 간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를 넘나들 정도였다.

그나마 천정배 파동이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이 후보 조직이 만만찮다는 소리가 현장에서 속속 들려오자 여유는 곧 사라졌다. '중앙당'이 동을에 내려왔다. 강재섭 원내대표와 김덕룡 전 원내대표는 물론 10여 명의 의원들이 유 후보 지원유세를 폈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한나라당은 불·탈법 및 편파보도 시비를 제기해 선관위 고발 및 경찰 수사 촉구는 물론 언론사 항의도 벌였다.선거 막판 한나라당은 또 다시 박 대표 카드를 꺼냈다. 박 대표가 22일 다시 동을을 찾아 골목 곳곳을 누볐고, 선거 마지날인 25일에는 오전 9시 기자회견 후 저녁 늦게까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그리고 한나라당은 26일 밤 변함없는 유권자 지지를 확인하며 승리의 환호를 터뜨렸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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