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거부'였던 대구 장길상(張吉相)의 '99칸 저택'은 그의 롤스로이스차, 집안 연못(池堂)과 함께 일제 때 국내에 없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유명했다. 그 99칸 집은 구(舊) 신천이 흐르던 중구 동산동 언덕배기(현 엘디스 리젠트 호텔 일대)를 온통 차지했던 부(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장길상의 저택은 사라졌다. 그가 소작인들을 수탈하여 손가락질을 받은 데다가, 장남 장병천이 평양 기생 강명화와 온양 온천에서 정사하면서 흉가로 바뀌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조선 시대 황희 정승의 집은 비만 오면 세숫대야로 빗물을 받쳐내던 누옥이었다. 충절과 청백리의 표상인 황희는 비가 새는 초가삼간에 살면서도 세종을 받들어 역대 최고의 문화를 꽃피웠다. 경기도는 문산읍에 있는 황희 정승의 유적(영당지'影堂址)을 곧 '파주시의 3대 중심 문화재'로 지정해 영원한 생명을 부여할 예정이다.
◇ 최근 대구시 교육청이 시교육위원회에 제출한 2006년도 예산안에 교육감 관사 구입비로 6억5천만원을 편성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시 교육감 관사는 수성구 신천 변에 위치한 49평형 ㅅ아파트이다. '좁고 낡았다'며 지난 1989년에 지은 이 관사를 팔고 3억7천만원을 더 들여 50~60평형 대형 아파트를 구입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없다.
◇ 올 10월 현재 대구시 교육청의 재정 적자는 2천104억6천200만 원이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의 재정 적자가 약 3조에 이르는 가운데 대구시 교육청은 서울'경기'부산 다음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지방 교육 재정에 구멍이 났다는 것은 저소득층 학비 지원 등 복지 분야 예산이 줄거나 교육 여건 개선의 후퇴 등 부작용으로 직결된다.
◇ 대구시 교육청 관내에서도 등록금을 못 내는 고교생이 열 명 중 한 명이라는 통계가 얼마전에 나왔다. 개중에는 경기 불황이나 부모의 실직으로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도 있을 게다. 또 생활 보호 대상자는 아니지만 급식비를 낼 형편이 아니어서 밥을 굶거나 친구의 밥을 몰래 타 먹는 바람에 각 고교에서는 때 아닌 '밥 전쟁'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대구시 교육청은 교육감 관사를 키우기 전에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는 대구 학생부터 줄이려는 원칙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육감 관사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 건 자명한 일이므로….
최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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