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로당까지 털다니…밤엔 비어 있어 방범 취약

경북 수십곳 도난 사례

"농촌에 늙은 사람들만 모여 사는 것도 처량한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농산물에다 이제는 경로당까지 털어가는 도둑이 날 뛰니 기가 막힌다."

마을 경로당에 도둑이 들어 TV 등 가전제품을 털어가려던 도둑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박모(78. 예천군 용궁면) 할아버지의 탄식이다.8일 예천 경찰서는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상주와 예천지역 농촌마을 18개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들어가 TV, 비디오, 정수기, 청소기 등을 훔친 혐의로 장모(29·상주시)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특수절도죄로 복역하다 지난 2000년 출소한 장씨는 훔친 차량 번호판을 바꿔달고 경로당 털이에 나섰다는 것. 장씨는 먼저 상주지역 10여개 경로당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지난달부터 예천으로 건너와 경로당을 털다 지난 7일 붙잡혔다.

범행 수법은 아주 간단했다. 밤 10시 이전에 노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이용, 자정쯤 텅 빈 경로당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 차에 싣고 달아났던 것. 훔친 물건은 구미시 선산의 한 농촌 폐가에 보관해 두고 필요한 만큼 중고 가전제품상에 팔아 돈을 챙겼다. 이 폐가에는 비디오, TV, 컴퓨터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김천지역의 경로당과 마을회관에도 좀도둑이 극성이다.지난달 4일 개령면 신룡리 경로당에 텔레비젼 1대가 도난 당한것을 비롯 농소면 봉곡1리 경로당은 지난달 2일 출입문이 뜯긴채 텔레비전 2대와 선풍기 2대를 도둑 맞았다.

이에 앞선 지난 9월 27일에도 남면 운곡1리 경로당과 마을회관에 도둑이 들어 텔레비전을 1대씩을 각각 훔쳐 갔다.예천경찰서 강력반 이준원 경장은 "최근 농촌지역 신축 경로당에 새로 설치한 가전제품 도난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노약자만 있어 방범상태가 취약한 점을 노린 전문털이범이 설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예천·정경구기자 jkgoo@msnet.co.kr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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