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 토머스 L 프리드먼은 '현대는 서로 올리브나무가 내 것'이라고 싸우는 냉전 시대를 지나 '렉서스 시대'라고 했다. 다시 말해 '세계화 시대'라는 이야기다. 로봇이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렉서스 자동차와 같은 최첨단 산업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대라는 견해다. 국가의 경쟁력이 하나로 통합된 세계 경제 체제에서 누가 더 좋은 '렉서스'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음은 우리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실감하고 있는 터다.
◇ 한국 발 '기러기 아빠'는 적잖은 눈물과 아픔을 낳아 왔다. 하지만 이 열풍이 '렉서스 시대'에 우리나라가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영어가 공용어가 되고 최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는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기 때문일 게다. 한 술 더 떠서, 문제가 적잖은 이민 행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미국 본토에서는 처음으로 한인 직선 시장이 탄생해 화제다. 뉴저지주 에디슨시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최준희 씨(34'미국명 Jun Choi)가 무소속 빌 스테파니 후보와의 접전 끝에 박빙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에디슨시는 10만 인구 중 60% 이상이 백인이며, 한인 유권자가 350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일이다.
◇ 이같이 키 작은 한인이, 그것도 세탁소집 아들이 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경쟁자를 따돌리고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해낸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6월 민주당의 시장 예비선거 직전, 한 방송 진행자가 "유색인종이 미국 정치에 손대면 되겠느냐"는 비하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유색인종들이 뭉쳐 그를 지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의 '꿈의 결실'이 아닐는지….
◇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간 그는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우등생으로 성장했으며,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들어가 우주항공학을 전공했다.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회계법인'연방 정부 등에서 일하다 대학 시절부터 '궤도를 바꿔 꿈꿔온 정치가에의 꿈'을 실현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최준희 시장의 등장은 우리의 아픔과 함께 다가오는 '렉서스 시대'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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