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공기가 맑아지고 단 한 차례의 산성비도 올 들어서 대구에 내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극도의 불황으로 대구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차량 통행까지 감소, 공기 질이 좋아진 것 아니냐는 '우울한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이산화질소의 경우 서울과 인천, 울산 등의 다른 대도시들은 해마다 연평균 오염도가 증가하지만 대구는 지난 2001년 0.03ppm에서 올 9월 현재 0.023ppm을 기록, 23%나 줄었다.
납 농도도 서울, 인천 등 대부분의 도시들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과 달리 대구는 2001년 0.0515, 2003년 0.0576, 2004년 0.0687㎍/㎥ 등 해마다 증가 추세였으나 올 9월 현재 0.045㎍/㎥으로 급감했다.산성비도 올해엔 오지 않았다.
대구시가 올해 지산동, 대명동, 수창동, 이현동 등 4곳에서 비의 산성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pH(수소이온농도) 6.1의 알칼리성 비로 조사된 것. 산성 비는 pH 5.6 이하인 비로,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pH는 4.8이었고 서울 경우 pH 4.6의 약산성 비가 내렸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 송희봉 환경조사과장은 "2003년 평균 pH가 4.9였던 것보다 크게 좋아졌다"며 "특히 올해는 대기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강수량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인데도 산성비가 내리지 않은 것은 대구 대기환경이 좋아졌다는 증거"라 밝혔다.
환경전문가들은 최근 대구 대기환경의 호전이유로 불경기에 따른 역내 공장 가동률 감소와 기름값 인상에 따른 자동차 통행감소 및 등록대수 증가율 둔화 등을 꼽았다.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역내 제조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2003년 1월 73.2%였는데, 올 9월에는 69.1%까지 떨어졌다.
또 대구시가 지난해 주요 교차로의 통행량을 집계한 결과, 21개 주요 교차로의 통행량이 2003년에 비해 최고 10% 가까이 줄었다.범어네거리의 경우, 하루 통행량(평일 기준)이 2003년 8만1천134대였으나 지난해에는 7만4천323대로 8.3% 감소했고 중앙네거리도 2003년(3만2천565대)에 비해 지난해 통행량(3만1천793대)이 2.3% 줄어들었다.
역내 자동차등록대수 증가율도 2000년 이후 해마다 5~10%를 꾸준히 유지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1.4% 줄었고 지난달도 1.5% 증가에 그치고 있는 것.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도 "외국 역시 불황으로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 사용이 줄어 대기환경이 개선된 사례가 많다"며 "전국 최악의 불경기로 대구의 공기가 깨끗해진 것을 좋아할 수만은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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