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외화 뷔페라 할 만하다. 국산 영화의 돌풍에 밀려, 혹은 12월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 시즌을 앞두고 시기를 저울질하던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개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렇다 할 화제작은 없지만 비수기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에 밀려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영화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보기 드문 아시아 영화도 있고 유명 배우들의 캐릭터를 강조한 몇몇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아시아 영화=18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 샤오핑'은 중국판 시네마 천국이다. 지앙 샤오 감독은 공산정권 아래 제약된 상황 속에서도 영화를 통해 꿈을 키우고 위안을 얻었던 70, 80년대 중국인들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화면에 담아냈다. 그는 이 시절을 중국인들이 영화에 미쳐 있던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액자구성 방식을 택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광인 엄마 때문에 야외 극장에서 태어난 소녀 링링과 망원경을 목에 걸고 다니는 꾀죄죄한 소년 샤오핑. 각각 미혼모의 딸과 아버지의 새장가로 천덕꾸러기가 된 아들이라는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둘은 영화를 매개로 친해진다는 줄거리. 올해는 중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7일 개봉하는 '천국의 아이들2'는 '집으로…'의 이란판이다. 이란의 한 산골마을의 정경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묻자 어제 이맘때라고 대답하는 이란의 할아버지는 손자가 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하자 닭백숙을 내놓는 우리네 할머니와 닮았다. 마을 주민으로 출연한 배우들도 집으로…처럼 실제 마을 주민이다. 짐작하듯 '천국의 아이들'의 히트에 기댄 기획 영화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전편과 감독이 다르다는 것. 가난과 꼬인 상황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이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은 여전하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된다.
24일 개봉하는 도쿄타워는 스물한 살의 청년 도루와 마흔한 살 시후미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감독은 가정사, 인간사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영화를 매개로 풀어나갔다. 덕분에 비극 역시 대단히 극적이다. 그만큼 영화가 인생의 중심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말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앳된 남성이 사회적 관습을 뛰어넘는 모습을 따라갔다. 실락원의 구로키 히토미가 중년의 청초한 여성으로 변신했다.
◇유명 배우들의 캐릭터가 강조된 영화=18일 개봉하는 '로드 오브 워'에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다. 이 영화가 처음 우리나라에 알려진 배경도 사실 이 때문이다.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가 한국인 여성 앨리스 김과 결혼 직후 바로 '로드 오브 워'의 촬영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 겸 신혼여행을 떠났던 것.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출연한 많은 블록버스터들과 마찬가지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성격은 좀 다르다. '내셔널 트레저', '콘 에어', '더 록' 등의 전작에 비해 다소 엉뚱하다. 오락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지는 대신 냉소적인 태도를 가장해 나름대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 18일 개봉하는 '블루 스톰'은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20대 스타로 꼽히는 제시카 알바(24)가 등장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TV 시리즈 '다크 엔젤'의 '맥스'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이후 '허니', '씬 시티', '판타스틱4' 등에 출연하며 범상치 않은 이국적 매력으로 세계적 스타로 올라섰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 화장품 CF에까지 진출했으니 국내에서도 시장성이 꽤나 높은 편. '블루스톰'이 한국 시장에 어필하는 것 역시 바로 그 때문이다. '씬 시티'에서 가죽옷을 입고 채찍을 휘두르는 뇌쇄적인 장면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시선을 빼앗았던 그는 '블루스톰'에서는 아예 물 만난 인어가 됐다. 극중 의상이 수영복 아니면 핫팬츠이기 때문. 알바의 물오른 싱싱한 매력은 화면을 수놓는 바하마의 쪽빛 바다와 찰떡 궁합을 이룬다.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
18일 개봉 예정인 '엘리자베스 타운'은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가 끌어나간다. 이 영화로 열애설까지 낳은 두 사람은 청춘남녀의 솔직한 사랑을 풀어나간다. 쓰디쓴 좌절을 맛본 남자가 사랑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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