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는 재미에 나이도 잊었죠"

칠곡문화복지회관 할머니 삼총사

"우리도 어엿한 대학생이야! 공부하는 보람으로 사니까 하루하루가 아깝고 즐겁기만 해."

칠곡군 교육문화복지회관에 가면 '할머니 삼총사'를 만날 수 있다. 김옥(70·약목면 복성리), 김하숙(70·"), 조명애(71·석적 남율리)씨가 그들. '삼총사'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새벽부터 등교(?) 준비를 하는 등 신명이 난다. 초등학생들이 소풍가는 날처럼 도시락을 싸와서 복지회관 잔디마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연신 "호호호, 깔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별명도 '3공주'다.

2000년 5월 복지회관이 문을 열기 시작하자마자 등록한 이들은 5년 동안 컴퓨터교육 등 수강하지않은 과목이 거의 없다. 몇몇 회원들은 이들의 왕성한 활동에 부러움과 시기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삼총사는 저마다 별명이 있다. 제1회 칠곡군 정보검색대회에서 참가자 170명 중 유일하게 100점 만점을 받은 '컴퓨터박사'인 김하숙 할머니는 '머리', '마우스 왕'으로 불린다. 젊은이들도 하기힘든 '포토샵'에 도전했고, '컴사랑회'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눈웃음이 하회탈을 빼다박은 김옥 할머니는 나이답지않게 몸매가 유연하고 춤솜씨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몸짱'. 새벽에 수영으로 첫 수업을 시작하며 몸관리를 한다.

젊은이 못지않게 운전이 능숙한 조명애 할머니는 '발'이다. 자신의 승용차로 기꺼이 3총사의 이동을 도맡고 있다. 이북이 고향으로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 안해본 일이 없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김옥, 김하숙 할머니는 완벽한 스포츠댄스 커플. 일흔의 나이에도 흥겨운 음악만 나오면 온몸을 들썩인다. 춤을 출 때는 스카프와 반짝이 등으로 한껏 멋을 부리기도 한다.

삼총사는 요즘 사물동아리에 들어가 우리 고유의 소리에 푹 빠져있다. 김하숙, 김옥 할머니는 장구, 조명애 할머니는 징이 '전공'이다. 조 할머니는 아코디언 연주도 잘해 '은빛아코디언 합주단'을 만드는 게 꿈이다.

이들은 경로당과 집에만 있는 또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대해선 "도대체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한다. 맘만 먹으면 복지회관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

김하숙 할머니는 "노인들을 위한 노인상담사로 나서야겠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않느냐"고 반문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 : 칠곡군 교육문화복지회관의 '3공주' 김하숙, 김옥, 조명애씨(오른쪽부터)가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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