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름 바꾸기

이름은 신중하게 잘 지어야 하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름을 잘 지켜 나가는 일이 아닐까. 일찍이 맹자(孟子)는 "한 번 악명을 얻으면 효자나 자신을 사랑하는 후손이 아무리 나오더라도 백세토록 고치지 못 한다"고 했다. 공명심이나 허욕 탓으로 돌이킬 수 없이 큰 죄를 짓게 되면, 부모 형제는 여생을 죄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야 한다. 범죄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 이같이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을 게다. '김치국' '노숙자' 등과 같이 이름만 부를 경우엔 좋으나 성을 붙여 부르면 나쁜 뜻으로 들리는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악명 높은 사람의 이름과 똑같아 사회생활에 불편이 따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부르기 힘들거나 잘못 부르기 십상이고, 발음이 나쁘며,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과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싶을 게다.

◇ 앞으로 자신의 이름에 불만이 있으면 범죄 은폐 등 큰 문제가 없는 한 쉽게 바꿀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이 최근 개명(改名) 신청 재항고 사건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개명 허가 때 '이름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해당하므로 '사회적 혼란'보다 '개인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 법원은 여태까지 본인이 원하더라도 개명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개명 신청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통상 부모가 일방적으로 지으므로 본인으로선 불만스럽거나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번 판결대로 그런 이름으로 평생 사는 건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건 사실인 것 같다.

◇ 재판부는 대규모 법인도 이름(상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름 선택권이 '나'에게 있으며, 개명 허가 기준도 통일했다는 의미가 큰 것 같다. 하지만 개명 신청이 봇물 터지듯 하고, 대부분 받아들여진다면 그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지나친 불안정과 혼란을 부를 수도 있을 게다. 개명하든 하지 않든. 자신의 이름 지키기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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