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본에서도 여성 왕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왕실전범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24일 왕위계승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남성·남계(男系)에 한정했던 왕위계승 자격을 여성·모계(母系)로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를 골자로 한 보고서를 고이즈미(小泉) 총리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왕위계승 자격을 △여성·모계로 확대하고 △계승순위는 남녀를 불문, 왕 직계의 장자(長子)를 우선하며 △여성은 결혼 후에도 왕족에 남아 방계 왕족을 창설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정부는 이 보고서에 기초해 왕실 법률인 왕실전범 개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 가결시키기로 했다. 개정안을 반영한 새로운 왕실전범이 시행되면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 이어 그의 딸인 아이코(4)가 127대 왕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아이코의 자식이 즉위할 경우 일본 왕실에 첫 모계 왕이 배출되게 된다. 일본 왕실에서는 역대 8명의 여성 왕이 있었으며 주로 섭정을 했다.
자문기구가 여성 왕을 인정할 것을 공식 건의한 것은 일본 왕실에서 40여 년간 남자가 태어나지 않아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나루히토 왕세자 이후 왕위가 끊기게될 현실 때문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마사코(雅子) 왕세자비가 둘째를 출산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점도 고려됐다.
보고서는 "역대 지속돼온 남계 계승의 중요성과 전통에 대한 국민의 생각"에 이해를 표명하면서 "헌법에 근거한 상징천황제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모계 천황을 용인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천황 제도를 유지하는데 최선이며 국민들의 광범위한 찬성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남계를 유지하기 위해 황적에서 이탈했던 옛 황족들을 복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정한 "천황제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세습 전통을 위태롭게 하는 것" 이라며 배제할 것을 건의했다. 계승 순위에 대해서는 "제도로서 알기 쉬우며 국민의 기대와 양육방침도 조기에정해진다"며 장자 우선을 제안했으며, '형제자매 간에는 남자 우선'의 구상에는 "장자가 여성인 경우 동생이 태어날지 여부가 불안정한 기간이 계속되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성은 결혼 후에도 황족에 남으며 남편과 자식도 황족으로 할 것을건의하면서 황족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날 경우 자유의사에 의해 황실을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일본 황족은 천황을 포함해 23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16명이다.
다만 앞으로 일본 정부가 여성 천황을 인정하는 개정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황족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앞서 천황의 조카인 미카사노미야 히로토(三笠宮寬仁.59) 친왕이 여성천황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에 이의를 제기한 데 이어 옛 황족인 다케다 쓰네야스(竹田恒泰.30) 는 조만간 출간될 예정인 '말하지 못했던 황족들의 진실'이라는 책에서 "남계가 아닌 천황의 탄생은 만세일계(万世一系)인 천황가의 단절"이라며 옛 황족의 남자는 황실 복귀를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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