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와 김천-여주 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1년을 맞는다. 당초 두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가 물류중심 도시이자 고급서비스 기능을 갖춘 중핵 도시로 떠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앞다퉈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물동량은 증가했지만 대구는 여전히 경부축의 '통과도시'에 머물러 있고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물류비 절감 효과는 미미한 반면 관광 수요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교통량=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에 따르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고속도로의 교통량은 개통 당시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 1월 82만8천 대가 이용했던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10월 현재 91만5천 대가 통과, 교통량이 9.5% 증가했다. 현재 하루평균 교통량은 2만8천615대. 도로공사는 내년에는 하루평균 교통량이 25% 증가한 3만7천861대, 2011년엔 4만2천345대가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도동IC~청통와촌IC 구간 경우 주말 평균 교통량은 3만6천488대로 평일 평균 교통량 2만5천407대보다 44%나 늘어나 주5일제 확산과 함께 동해안권으로 관광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경우 교통량 증가폭은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1만1천105대에 그쳤던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올 10월 현재 하루 평균 4만575대를 헤아려 무려 3.6배나 증가했다. 또한 확장 개통된 지 한 달 뒤인 1월 109만5천 대였던 이용차량은 10월 현재 132만1천 대로 17%가 늘어났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경우 경부고속도보다 소요시간이 짧고 통행료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용량이 증가했고 대구~포항 고속도로 경우 고속도로 신설과 함께 고속도 주변 생활여건과 산업개발로 통행이 늘어났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대 못 미친 물동량=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확장·개통되면서 경부고속도로에 집중됐던 교통량의 20%를 흡수했지만 대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연간 2천600억 원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내리라던 대구~포항 고속도의 물동량도 간신히 전국 평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한 8t 이상 대형 화물차는 모두 230만2천 대. 전체 교통량 1천233만5천 대의 19%. 이는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대형 화물차 운행비율인 14%와 전국평균인 7.9%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운송업계에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확장 이후 대구에서 수도권까지 운송 시간이 1시간 단축됐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던 물동량의 30% 정도가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물류이동의 상당수가 부산과 수도권을 오가는 상황이라 대구는 '통과도시'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통운 대구지점 관계자는 "부산에서 구마고속도로를 이용, 대구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수도권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구를 중심으로 한 도로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지만 거점이 될 만한 물류기지가 없어 대구에 머물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당초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대구~구미~포항의 산업벨트를 연결하는 물류 대동맥을 형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개통 이후 10월 현재,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8t 이상 대형차량은 71만1천 대로 전체 이용대수 860만9천900대의 8%에 불과했다.
또한 포항 방면으로 간 차량이 478만7천 대로 대구로 들어온 432만3천 대보다 10%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물류이동보다는 동해안 관광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구~포항을 오가는 화물차 대부분이 대구~포항 고속도로 이용 대신 새로 확장·개통된 건천IC~포항의 제2산업도로(국도 20호선)와 금호~임고~고경 간 국도 28호선, 영천~북안~경주 간 국도 4호선을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활상엔 큰 영향 못 미쳐= 지역민들의 생활 패턴을 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당초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동해안권을 포함한 광역상권화로 울산 쪽으로 빠져나가던 영천, 안강, 포항 등지의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대구로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유통업계는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됐다. 대구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가끔 포항 특산물로 상품전을 열긴 하지만 포항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도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 뒤 명품 코너를 중심으로 2% 정도 고객이 늘어났다"면서도 "그러나 기대했던 수요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밝혔다.
관광업계도 표정이 밝지 않다. 당초 업계는 대구~포항이 한결 가까워진 만큼 대구권 명승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제주도나 해외 여행 등으로 부산을 많이 찾던 동해안권 주민들이 대구로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게 관광업계 분석. ㅇ관광 이희도 대표는 "홍보부족 탓인지 아직 포항 및 동해안권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광수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전문가들은 대구국제공항을 동남아 특화 국제공항으로, 대구 서부화물역·칠곡 영남권 내륙 화물기지·포항 영일만 신항 등을 물류기지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대구가 배후도시이자 동남아 허브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기존 구마고속도로에 연결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김천 JCT~달성군 현풍(62㎞)구간의 조기 완공도 선결 과제. 이 도로는 지난 17일 현재 55.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1천410억 원, 2006년부터 연차적으로 4천70억 원 등 총 공사비 9천269억 원을 들여 늦어도 2007년 말까지는 확장·개통할 계획. 이 구간이 완공되면 연간 664억 원의 물류비가 절감되고 대구시가 추진 중인 달성2차산업단지 내 외국기업전용단지의 기업유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구~포항 고속도로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오는 2011년 완공예정인 영일만 신항의 조기 완공도 필요하다. 적어도 2008년 영일만 신항의 컨테이너부두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부산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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