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새롭게 뛰자."
29일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규제 완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구미시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의 반대운동을 잠시 접어두고 이제는 대안을 찾기 위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규제완화반대 구미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12월 2일 구미상의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LG를 비롯한 지역기업 사랑운동 펴기, 4공단 신규 투자유치 노력 확대 등 반대운동을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정할 계획이다. 사실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운동에 매달려 4공단 외국인기업 투자유치, 구미디지털 전자·정보기술단지 조성, 국민임대산업단지, 구미벤처밸리 조성, 혁신클러스터 구축, 테크노비즈니스센터 등 구미시의 각종 현안사업 업무는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반대운동 과정에서 구미시의 결집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재확인한 만큼 이를 또 다른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최근 대구·경북 시도민들이 보여준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정책에 대한 철회 의지가 중앙정부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며 "이제부터는 구미에서 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업을 살리고, 또 새로운 알짜기업을 유치해오는 일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시장은 "앞으로 주민들은 지역기업을 사랑하고, 기업은 지역민들을 끌어안으면서 고용문제 등 지역의 현안을 풀어가는 '지역기업 사랑운동' 등의 방안을 마련해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북도도 마찬가지.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지방 공단에 대한 정부의 투자확대와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지방산업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내달 1일 광주에서 비수도권 9개 시·도지사가 만나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미에서는 '지역기업을 사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LG는 집단 성토의 대상이었지만 30여 년이 넘도록 지역민들과 함께 해온 기업이니만큼 구미공단이 문을 닫는 순간까지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어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사랑해요! LG'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LG가 생산하는 휴대전화 사주기, LG계열사가 밀집한 공단대로의 'LG로(路) 명명' 등으로 지역기업 챙기기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이에 화답하듯 LG 측도 다소 섭섭했던 감정을 뒤로 하고 있다.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은 지난 25일 구미를 방문, 부품·제조장비 등 협력회사 모임단체인 'LCD 프렌즈 클럽'회의에서 "LG필립스LCD와 더불어 성장하는 굳건한 파트너십이 구축되도록 협력사 모두에게 다각적인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구미공장은 중소형 LCD 생산기지로 특화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구미의 미래가 4공단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보고 전력투구할 방침이다. 현재 200여만 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제4공단은 현재 87%가 조성돼 이 중 95%를 분양 완료, 93개 업체가 입주했다.
지금까지 일본의 아사히글라스, 도레이사 독일의 ZF룀페더코리아 등 9개 외국기업에서 총 11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도레이(IT신소재), 한욱테크노글라스(PDP유리), DGA(PDP유리)를 제외한 나머지 6개사가 LG필립스의 LCD 관련 부품장비 업체라는 데 구미의 고민이 있다.
구미시 투자유치팀 박수원 씨는 "4공단에 입주한 외국기업들은 LCD와 관련한 부품 제조회사들이 주류"라며 "지금은 주력생산품이 LG필립스 구미공장에 맞는 중소형 LCD용이지만 언제든지 실익을 따져 규모를 대형화하는 등으로 투자지역을 옮겨갈 수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제4공단 활성화를 위해 특혜에 가까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국인 단독투자 및 외국인투자지분 30%이상 합작기업으로서 100만 달러 투자기업이 고도기술수반사업을 벌일 경우 50년간 토지 무상제공 등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기업들에게 1인당 월 30만 원까지 6월 범위 안에서 기업 당 1억 원까지의 고용 보조금과 교육훈련 보조금을 지원하고, 부지매입에 대해서는 도세(취득세, 등록세) 100% 감면, 시세(재산세, 종토세) 5년간 감면해주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상·하수도와 전력요금, 세금인하 정책과 한전·세무서·수자원공사 등이 네트워크화 해 기업관련 복합 민원업무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원스톱 민원서비스 실시, 외국기업 등 투자를 이끌어내는 공무원이나 일반인에게 인센티브 적용 등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박상우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지역 기업과의 상생과 보다 다은 투자환경을 조성해 '일자리가 있는 구미', '기업하기 좋은 매력적인 도시 구미'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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