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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4당 5락' 빈말…자녀에 이해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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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고2 학생 엄마입니다. 아이가 한 번 결심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 잘 없고, 공부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잠을 너무 많이 잡니다. 집에서는 아버지와 대립이 심하여 겨울방학 동안에 숙식을 하며 24시간 관리를 해 주는 그런 학원에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여 도움을 구합니다.

답 : 결심이 굳지 않아 사흘을 못 가는 경우를 가리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결심을 지속적으로 지키고 실천해 나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입니다.

혹자는 옛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의지력이 강했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왜 그럴까요. 옛날에는 결심한 사항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사람을 유혹하는 요인들이 오늘날보다 적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명체란 단백질의 존재 양식이고, 환경과 일체를 이룬다'라는 F. 엥겔스의 말을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일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해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현대는 단 하루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이 매순간 우리를 탈선하도록 유혹합니다. 집에서는 TV와 컴퓨터, 거리에는 온갖 선정적인 간판이 난무하고,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까지도 마음을 심란하게 만듭니다. MP3는 자나 깨나 우리의 귀를 유혹하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환경만 탓하며 하루하루를 아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엇을 이루고 성취한 사람은 한동안 주변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단일한 목적을 향하여 일정 기간 극도로 단순해질 수 있는 사람만이 목표를 달성합니다. 젊은 시절 이런 훈련을 쌓은 사람만이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결심이 삼일 지속된다는 것은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특히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큰 욕심을 내지 말고 한 번 결심한 사항을 우선 삼일간만이라도 실천하도록 격려해 보십시오. 그리고 삼 일째 되는 날 다시 새롭게 결의를 다지면 어떨까요. 말장난 같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작심(作心)하도록 노력하면 엄청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을 한탄하지 말고 오히려 생활화하도록 노력하면 어떨까요.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란 말만큼 수험생을 터무니없이 괴롭히는 말은 없습니다. 잠은 필요한 만큼 반드시 자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소 개인차는 있지만 가능한 한 6시간 이상 자야 합니다. 많은 수험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잠과 공부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즈음 학생들은 야행성 생활에 익숙합니다. 이는 낮 시간에는 집중하고 몰두하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과정의 대부분은 낮 시간에 진행됩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도록 해야 합니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잠은 최고의 피로회복제이고 에너지 보충원입니다. 잘 자는 학생이 공부도 잘합니다. 문제는 필요한 만큼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 몰두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입니다.

몇 해 전 어느 어머니께서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집 아이는 주의가 산만하고 잠이 많습니다. 작년 고3 때도 틈만 나면 컴퓨터 게임을 했습니다. 토·일요일은 놀자는 전화와 찾아오는 친구 때문에 책 볼 겨를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 아버지께서 이런 꼴을 보고 참지를 못합니다. 부자(父子)간의 갈등이 너무 심해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해주는 기숙학원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기숙학원에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숙학원의 효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떤 판단을 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가정에서 설득과 대화로 안 되는 생활 관리를 타인의 손에 맡긴다고 해결되겠느냐는 것입니다. 부모는 학원에서 모든 것을 잘 관리해 주리라고 믿으며 학원에 보냅니다. 학생도 부모의 잔소리와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학원이 편할 수 있습니다. 당장 서로 부딪히지 않으니까 가정에 일시적인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겠지요. 그러나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않고 서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스파르타식의 타율, 강제, 아테네식의 자율, 민주적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청소년 교육은 상황에 따라서 이 두 방식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문제는 공부하는 학생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의욕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타율적인 감시·감독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녀들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당장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부모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을 타인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밤늦게 귀가해서 자는 아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는 행위가 얼마나 값지고 귀한 일인지를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구체적인 말과 가시적인 행동만이 자녀교육인 것은 아닙니다. 때론 기원하고 기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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