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는 장거리 경주와 같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뛰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점에 도달하기 힘든데다 슬럼프 등 곳곳에 복병이 숨어 있어 아무리 조심해도 힘든 고비가 여러 번 찾아온다. 고비를 넘기고 목표점까지 완주하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자칫하면 낙오해 패배의 멍에를 쓰기 쉽다.
3년 간의 경주를 무사히 마치고 승자의 대열에 들어선 박찬순(경북고 3년)군과 정현아(정화여고 3년.사진)양을 만났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 전국 최고점과 대구 여학생 최상위의 성적을 얻은 두 사람이었지만 별다른 '비법'은 없었다. 고득점자 인터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교과서에 충실하면서 꾸준히 예습, 복습을 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설마'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사실 왕도(王道)가 없는 것이 공부.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들의 지난 3년 공부법을 들어봤다.
▲꼼꼼한 필기
박찬순 군은 학교에서 '필기 왕'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저 녀석은 선생님이 하품하는 것까지 다 적어놓을 위인"이라는 핀잔을 들을 정도다. 박 군은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을 꼼꼼하게 적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참고서보다도 뛰어난 학습 자료가 된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공부는 자연히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박 군은 "많은 문제들을 풀려고 하기 보다는 교과서를 통째로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 적중했다"며 "수능 문제 역시 교과서의 기본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교과서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권했다.
▲선행학습? 적당히!
많은 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상당한 분량의 선행학습을 한다. 하지만 너무 앞서 나가다 보면 오히려 수업에 흥미를 잃어 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박 군은 "다들 선행학습을 하는 추세라 아예 안할 수는 없었지만 한두 달 안에 그 과목을 정복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분량을 정해놓고 꾸준히 조금씩 이해해나가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대신 박 군은 복습에 집중했다. 그는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모두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업시간에 딴짓을 했다가 그 부분을 혼자 메우려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했다.
▲EBS수능강의
요즘 고등학생들에게 EBS수능 강의는 빼 놓을 수 없다. 하지만 학교 수업에다 학원 강의만 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EBS까지 꼼꼼히 챙겨본다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 두 학생은 "방송수업은 듣지 않고 문제집을 중심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간적 제약이 너무 크다보니 필요한 줄은 알지만 방송까지 챙겨볼 여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부담 갖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공부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온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봐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몇 번의 힘든 고비는 찾아오게 마련.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것이 성공의 필수 요소다. 정현아 양은 "9월 무렵 갑자기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지면서 한동안 공부에 흥미를 잃고 방황했었다"고 기억했다. 이 때 정 양을 다잡아 준 것은 주위의 친구들. 다들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안고 있다 보니 서로 위로해 주며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우울증에 빠져들지 않도록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양은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왜 이럴까' 하는 불안감을 안고 외워지지 않는 공부를 손에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찾아 잠시 머리를 식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잠은 충분히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 5락'은 옛말이다. 요즘은 충분히 자고, 잘 노는 학생들이 오히려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 두 명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정 양은 "조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공부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리듬이 깨져 손해였다"며 "고3의 경우는 야간 자율학습 등 학교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워낙 길어 이 시간만 충실하게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보기가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박 군은 "공부는 양보다 질"이라며 "공부하는 순간에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기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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