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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끝에

겨우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땅 끝까지의 거리를 재고 있어요

얼마의 높이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로

떨어져야 아픔이 적을까

생각하는 게지요

아픔을 덜기 위해서

나뭇잎은 여름의 끝자락에서부터

자기의 무게를 줄여나갔을 게지요

자기의 높이를 가늠하여

슬픔의 무게를 줄여가는 게지요

저도 거리를 재고 있어요

저 높은 나무,

바람 부는 끝자락에 매달려

그녀까지의 거리를

막연히 가늠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쩌죠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저 거리는,

저는 어쩔 수 없이 말라갈 거예요

뼈 속은 푸석푸석하게 비워둘 거예요

떨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없도록

그냥 속이 텅 빈 허수아비가 될 거예요

김현동 '거리 재기'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의 대상에 대한 밀착욕의 발로입니다. 밀착이 이루어져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이 최상의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두 인격체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절대적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태생적 비극입니다. 지고지순한 사랑일수록 거리는 더욱 까마득하게 다가옵니다. 범상한 인간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그 거리 앞에 '어쩔 수 없이 말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내 '나'를 버리고 '그냥 속이 텅 빈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아름다움이기도 합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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