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찬밥 신세다. 탈 곳도 없고, 타고 다니면 짜증만 난다. 자전거의 수송분담률은 3%에도 못 미친다. 대구의 교통정체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 자전거라는 데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때문에 대구에서는 최근 '수렁에 빠진' 자전거를 건져내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타고는 싶은데…
대구 옥산초교(대구 북구 칠성동) 신윤식 교감. 3년 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 집에서 학교까지 40분 안팎이 걸린다. 승용차를 탈 때보다 10분 정도 밖에 더 걸리지 않는데다 운동량이 엄청나 3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집앞 출발 지점부터 진땀을 뺀다. 범물동 동아백화점과 인근 카센터 부근은 인도 위에 널려 있는 상품들과 차량 때문에 위험한 도로로 나가야 한다. 인도 경계석도 너무 높아 툭하면 내려야 한다.
"횡단보도가 사라진 반월당 네거리를 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죠. 이런 환경에서는 누구도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그는 자전거 타는 일이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철인클럽 회원 김양식(44) 씨. 서울에서 대구까지 국도 320km를 자전거로 오가며 철인 3종 국제 경기 준비와 체력 단련을 병행하는 그는 국도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도엔 자전거도로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화단으로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해 놓은 제주도 외곽도로가 진정한 의미의 국내 유일 자전거도로입니다." 김 씨는 국도에서는 목숨을 걸고 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선임연구원은 "1995년부터 대구시가 추진한 자전거도로 공급 사업은 완전 실패"라며 "404km(2004년 말 기준)에 이르는 대구 자전거도로 중에서 겨우 21.4km만 인도가 아니라 도로 개념의 자전거도로이며 이 또한 신천, 금호강 구간에 집중돼 교통수단보다는 레저용 성격이 짙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움직임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중학교. 운동장에 S자 코스와 달팽이 코스를 그린 뒤 자전거를 통과시키는 교육이 한창이었다. 교육을 맡은 이들은 천만인자전거타기운동 대구본부 회원들. 자전거 안전교육을 통해 새로운 자전거 문화를 심으려는 시도에서다.
지난 2004년부터 130명의 교사들이 62시간의 교육 과정을 마쳤다. 천천히가기(10m를 30초동안 달리기), 오르막·내리막 주법 등 총 7가지 코스를 통과해야 하고 기초적인 자전거 안전 지침도 익혀야 한다.
교사들이 자전거 교육에 동참한 이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것. 도로 역주행, 일단 빨리 달리고 보는 잘못된 자전거 문화를 바꿔 보려는 운동이다.
화원고등학교 최치식(52) 교사는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이 학교로 돌아가 '자전거면허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며 "대구를 친환경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건전한 자전거 문화부터 먼저 심어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찬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말 여야 의원 43명과 함께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 법) 및 경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자전거타기운동연합 김종석 대구본부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전거 교육 및 자전거 주차장을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일본처럼 자전거 정책을 총괄하고 지원하는 가칭 자전거협회를 발족, 경륜 수입금을 통해 협회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도 대전(올 1월)에 이은 전국 두번째로 오는 3월 '자전거이용 활성화 조례'를 만든다. 조례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김재우 시의원은 "걷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앞으로 어떻게?
백남철 연구원은 "지하철 이용율을 늘리기 위해 지하철 노선을 기준점으로 자전거도로 네트워크를 구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북대 건축학부 홍원화 교수는 "수요분석에 따라 이용노선을 검토, 자전거 도로 정비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 자전거 주차장 확대, 학교 내 주차장 지원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전거문화운동가 이재택씨는 "지난 2003년 자전거 도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수립한 서울시 양천구,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환경사랑 어렵나요, 자전거로 시작해요' 장기계획을 세워 놓은 서울시 송파구 등은 자전거 무료 대여소 및 무료 수리센터, 자전거 이용 모범학교, 자전거 외곽순환도로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때문에 대구시도 앞서 나가는 국내외 지자체들을 벤치마킹, 제대로된 자전거 정책부터 세워야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김재우 대구시의원과 대구시내 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천만인자전거타기운동 대구본부 회원들이 '자전거 교육'을 받고 있다. 자전거 타기를 통해 대구를 새롭게 바꾸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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