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심리학자가 개를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 석 달간 개를 살게 하고 가족구성원에 대한 반응을 관찰한 것이다. 가장인 아버지는 샐러리맨으로 매우 가정적이면서도 상벌의 개념이 분명한 사람이다. 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며 특별한 역할을 맡은 것은 없다. 어머니는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먹이를 주었다. 첫째 딸은 아침, 저녁으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역할을 맡았다. 둘째 딸은 깔끔한 성격 탓에 개의 털을 빗겨주고 샤워를 시키는 소임을 맡았다. 막내아들은 어려서 구체적인 역할은 맡지 않았지만 가장 많은 시간 실내에서 개와 뒹굴고 놀아주었다.
각각의 구성원은 맡은 역할에 정성을 다하였다. 단 맡은 역할이 없는 아버지는 개를 의식하지 않고 기존의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가족들이 모두 거실에 모여 TV를 보는 휴일, 개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개는 자기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놀아주는 막내아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다음이 어머니, 첫째 딸 순이었고 둘째 딸에게는 별다른 애정을 표시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본격적인 실험을 실시했다. 가족 전원이 집을 비우고 개만 있게 한 뒤 일정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집에 들어가게 하여 개의 반응을 몰래 카메라로 살펴보았다. 과연 누구에게 가장 큰 관심과 애정 그리고 충성심을 나타낼까? 어머니와 첫째 딸 그리고 막내아들이 각각 들어오자 들어오는 순간에만 약간의 반응을 하던 개는 직전 자기가 하던 행동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아빠가 들어왔을 때 반응은 놀라운 것이었다.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아빠와 눈을 마주치려고 계속하여 낑낑대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아빠가 개를 위해 직접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개는 왜 복종과 애정을 쏟아붓는 것일까? 그 개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개는 가정이 구성 유지되는 기본적인 질서와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 아빠의 역할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려는 아빠의 진정성은 가족구성원을 넘어 개에까지 전달된 것이다. 가족들은 마음으로 아빠를 믿고 의지하며 리더로서 존경한 것이다. 권위는 눈앞의 직접적인 시혜(施惠)나 폭력적 강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거리를 묵묵히 만들어 간다면, 굳이 내보이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전염병처럼 느끼고 감동할 것이다. 개조차 그러할진대.
황보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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