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 이런 삶-최규완 건국대 의료원장

대통령 주치의에서 이젠 '국민 주치의'로

대통령 주치의에서 이제는 '국민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출신 인사가 있다. 올해로 의사생활 46년째인 대구 출신의 최규완(崔圭完·69) 건국대 의료원장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주치의를 맡았으며, 그 후 삼성의료원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건국대 의료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다른 사람들이라면 하나도 얻기 어려운 화려한 경력을 두루 거쳐왔다.

이만큼의 경력을 갖고 있는 인사라면 건강에 관한 한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소 의외였다. "의사가 하라는 말 그대로 하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지만, 의사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면 오래 살지 못합니다. 그만큼 의사들이 자기 건강에는 소홀하기 쉽다는 얘기죠. 그러나 절주와 금연만은 꼭 지키고 있어요. 그리고 모든 일을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노력합니다."

바둑 애호가이기도 하다. 초등학생 때 시작, 인턴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배운 게 이제 한국기원이 공인하는 아마 5단 실력이란다. "바둑은 흑과 백이 대립하면서도 조화롭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제강점기시대인 1937년 대구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최 원장은 부모가 모두 초등학교 교사였던 데다 외갓집이 부유했기에 "별로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한다.

그러나 교사였던 아버지가 수창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던 1949년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6남매를 돌보기 위해 교직을 그만두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숙을 치거나 조그만 잡화가게를 운영하게 됐다.

최 원장이 의사의 길로 접어든 계기도 아버지 사고였다고 한다. "지금 의학이라면 살릴 수 있었겠지만 당시 의료수준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렇게 창졸지간에 아버지를 보내고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최 원장은 경북고를 졸업한 55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딴 뒤 모교에서 교수로 활동하다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88년 2월부터 5년 동안 주치의로 활동했다.

서울대에서 위장관 질환을 세부전공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딴 그는 미국 유학을 통해 인류 유전학 분야 박사학위도 받았는데, 이 분야에서는 국내 1호 박사가 됐다.

그는 요즘 건국대 병원을 10년 이내 국내 5대 병원에 진입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퇴임 후에는 의료진 손길이 닿기 어려운 세계 각지의 소외지역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게 소망이라고 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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