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장발달-밤늦게 공부하는 습관에 걱정

문 : 중학생 아이가 밤늦게 공부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일찍 자라고 아무리 말해도 밤에 공부가 잘 된다면서 고집을 피웁니다. 방을 들여다보면 책상에 앉아 있기는 한데 실제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도 없어 참 답답합니다.

답 : 밤에 공부를 하면 잘 된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지기 때문에 실제로 집중이 잘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기, 그것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어떻게 납득시키고, 스스로 생활 패턴을 바꾸게 만드느냐 하는 방법이겠지요.

우선은 자녀에게 자신의 하루 생활을 꾸준히 점검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찍 잤을 때와 늦게 잤을 때 각각 이튿날 생활이 어땠는지 스스로 체크하도록 하십시오. 밤늦게까지 공부했을 때 이튿날 학교나 학원에서 졸지는 않았는지, 피곤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 문제점은 스스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점검한 결과를 가지고 어느 쪽이 나은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뒤 한쪽을 선택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 판단해 스스로 결정하게 만드는 것만큼 효과적인 건 없습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 역시 공부보다는 건강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밤 공부가 나쁜 게 아니라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들이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지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밤 12시 이전의 1시간 수면은 이후의 2시간 수면만큼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늦게 잠들면 같은 시간을 자도 더 피곤합니다. 늦게 잠들고 낮 시간에 조는 생활이 되풀이되면 건강은 금세 나빠집니다. 이를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가정에서 일찍 잠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늦게까지 TV를 켜놓고 함께 시청하거나,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들은 방으로 밀어넣는 식은 곤란합니다.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TV는 켜지 않은 채 부모가 먼저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영향을 받고 닮게 되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애써 아이에게 잘 보이려 들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부모들을 보면 흔히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고 합니다. 자신은 밤늦게까지 TV를 보고 재미있어 하면서 함께 보는 아이는 나무라는 식입니다. 내가 못 하는 것을 자녀에게 강요할 때 자녀 역시 언행불일치를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늦게까지 게임이나 채팅을 해 놓고는 부모가 물으면 거리낌없이 공부했노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너 어제 밤에 공부를 하기는 했느냐", "딴짓 한 게 아니냐"라고 던지는 의심의 말은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이런 말 속에는 아이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부모에게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밤에 한 게임이나 놀이에 대한 후회도 여기에 묻혀 버리고 "엄마는 말이 안 통해" 하며 돌아서 버리는 것입니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있다면 반드시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은 자지 않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초등학생이든, 고교생이든 부모가 언제나 옆에 있다는 사실은 자녀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단, 공부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어만 준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공부와 휴식의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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